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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요지경 세상 속 ‘망 중립성’
[창가에서] 요지경 세상 속 ‘망 중립성’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8.01.22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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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는 수많은 브로드캐스팅자키(BJ)들의 경연장이다. 널리 알려진 한 여성BJ는 매월 수 천만 원 이상을 번다고 한다. 시청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어 아낌없이 별 풍선(후원금조의 사이버 머니)을 보내주기 때문이다.

참으로 요지경 같은 세상이다. 세상살이의 거센 소용돌이 속에서, 사람들의 귀가 쉽게 얇아지고 시야는 흐려진다. 이성(理性)의 마지노선이 무너지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별 풍선의 블랙홀로 빠져들게 된다.

요지경 세상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맞닿아 있다. 시시각각 발전하는 신기술이 현실과 가상세계의 벽을 허문다.

신기술은 편리함과 새로움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현란한 서비스에 매료된 사람들은 세포분열 하듯 빠르게 증식한다.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ICT 기업들은 단시간에 혁신적인 성장공식을 만들어 냈다. 그 성공의 방정식은 찬사를 받을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ICT기업들이 사회·경제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는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이들 기업이 서비스 이용자라는 막강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국내의 기존 제도와 정책을 초월해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구글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 망 사용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자사의 서버를 한국에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글로벌 ICT기업과 국내 기업과의 형평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공정한 경쟁의 룰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지향적 ‘망 중립성’ 정책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망을 통해 전송되는 모든 트래픽은 내용과 유형, 서비스, 단말기 종류, 발신자, 수신자와 무관하게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는 인터넷 망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미국연방 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최근 국내에서 합리적 규제정책에 대한 논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ICT융합과 서비스의 진화는 이 시대 피할 수 없는 조류다. 하지만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가 통신인프라를 과도하게 점유하는 부작용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나아가 콘텐츠와 플랫폼, 네트워크와 단말이 서로 융합하며 성장하는 통신시장의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에 지속가능한 ICT생태계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투자와 첨단 ICT서비스를 아우를 수 있는 최적의 교집합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결국 ‘망 중립성’ 만큼 중요한 문제는 미래지향적 ICT인프라 구축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다. 안정적 통신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만 각양각색의 콘텐츠를 폭넓게 수용하고 이를 이용자에게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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