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반발 여전, 국회 찬반 입장차 커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
법으로 강제는 안돼, 경쟁 유도로 가닥
통신비 인하 방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105일이라는 시간을 허비했다.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이렇다할 결론도 내지 못한 탓에 국회도 원론적인 논쟁으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정부 5개 부처, 이동통신 3사, 단말기 제조사, 시민단체, 전문가 등 20명으로 구성, 지난해 11월 10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보편요금제 △단말기자급제 활성화 △기초연금 수급자에 대한 통신비 감면 등 현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2월 22일 9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마쳤다.
결과적으로 100여일 동안 논의만 있었고, 결과는 없었다. 특히 보편요금제 도입과 단말기자급제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의 날선 입장만 재확인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두 문제에 대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떤 해답을 제시할지도 숙제로 남았다.
이번 협의회 논의 기간 동안 가장 뜨거운 감자는 보편요금제였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던 보편요금제는 지난해 6월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입법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포함된 사항이었다.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고 이동통신 소량 이용자를 배려하기 위해 2만원대 요금제에서 3만원대 서비스인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 이상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해 이동통신 3사들은 수익 감소를 이유로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보편요금제 도입시 이통사의 부담은 연간 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 3조7386억의 5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4차 산업혁명과 5G 상용화, 인공지능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하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반대할 명분이 충분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통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는 6월 법 개정안을 제출,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보편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정부 측 입장과 정부가 시장경제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이통사 측 논리가 대립할 전망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도 풀어야 할 난제로 남았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분리해서 판매하도록 강제해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각각의 영역에서 경쟁하면 스마트폰 가격과 통신요금을 동시에 내릴 수 있다는 이론적 효과가 포석된 제도다.
이는 선택약정 요금할인 인상, 보편요금제 도입 등 강제로 요금을 낮추는데 따른 부작용과 이통사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지난해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협의회에서는 단말기자급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나 범위에 대해서는 합의가 도출하지 못했다. 또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완전자급제’에 대해서는 협의회 참가자 대부분이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편요금제 문제와 달리 국회내 상당수 의원들이 완전자급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완전자급제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 단말기자급제를 활성화하고 단말기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