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지만 관련 장비는 외산 도입률이 높고 이를 취급하는 중소기업의 수익률도 낮은 편이다. 국내 ICT 장비 중소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제품 개발비용이 높은 반면 국내 판매처가 한정적이라 대량 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야한다.
하지만 해외로 나가자는 말이야 쉽지, 실제로 기업이 해외 진출을 하게 되면 여러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언어소통 문제, 해외 판로개척을 위한 비용 조달 문제, 현지 AS 지원 체계 수립 문제 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추진하는 'ICT 장비 글로벌 진출지원 사업'에서는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글로벌 파트너십' 형성에 집중한다.
즉, 우리의 제품과 보완재적 성격의 다른 장비나 SW를 생산하고 있으면서, 현지의 공급망을 가진 현지 중소·중견 제조사나,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현지 SI·컨설팅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시장에서 경쟁자 대비 강점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장비보다 더 성능이 좋고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과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다.
단순한 제품 공급 관계가 아닌 '상호이익(Win-win)'이 되는 파트너십을 위해 우리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이는 해외 선도국 비즈니스에서 주로 사용되는 경영종합보고(Executive Summary)에 들어가는 항목들로 요약될 수 있다.
△(문제 환기) 당신은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을 것이다. △(해결법 제시) 그 문제를 우리 제품·기술을 이용하면 이렇게 해결할 수 있다. △(사업 모델) 우리 제품으로 수익은 이렇게 창출할 수 있다. △(시장 예측) 우리 제품의 시장 규모는 이정도로 추산되고, 우리는 이 중 얼마를 차지할 수 있다. △(경쟁 현황) 이 시장의 경쟁자는 누구누구다. △(경쟁 우위) 경쟁자보다 우린 이런 걸 더 잘한다. △(시장 접근 전략) 시장 진입은 이렇게 할 것이다. △(견인) 구체적인 증거 및 실적은 이러하다.
해외 선도국 기업들은 첫 미팅에서 이런 내용을 요약한 A4 한 페이지를 전달한다. 1~5분이란 짧은 시간에 상대방의 관점에서 '우리 제품·기술'이 그들에게 어떠한 가치(Value)를 줄 수 있는지를 어필하는 것이다. 투자유치나 파트너십 모두 마찬가지 맥락이다. 우리 중소기업 중 상당수가 해외 전시회에 나갈 때 장비사진과 스펙이 나열된 영문 소개지만 준비하는데, 이런 것은 해당 장비 전문가에게만 어필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제품·기술이 우수하다'보다는 '당신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다'라는 관점의 전환은 해외 파트너십 뿐만 아니라 국내 비즈니스에서도 적용될 수 있고, ICT 장비 이외의 모든 기술 개발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돼야 할 것이다.
다만 중소기업이 이 관점으로 사업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기술·제품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누구를 위해, 어떠한 가치를 주기 위해 개발할 것인지를 좀 더 체계적으로 좀더 냉정하게 준비해야 하며, 그래야만 마케팅 단계에서도 상대방에게 경쟁사 대비 이점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