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화질(UHD) TV를 사도 UHD방송을 볼 수 없다니, 사기 당한 기분이다.“
방송 1년을 맞은 지상파 UHD방송 시청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UHD방송에서 '초고화질' 해상도를 전혀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상파 UHD방송을 시청한 대부분이 "기존 풀HD보다 조금 낫거나 아예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UHD방송은 고해상도가 생명인데, 해상도가 떨어지는 UHD방송이라니.
왜 이렇게 됐을까. 우선 화질의 척도가 되는 전송 대역폭이 16Mbps로 풀HD방송(20Mbps)보다도 낮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의 UHD방송의 대역폭이 30Mbps 내외이고, 국내 유료방송인 '유맥스'의 경우 32Mbps 속도를 지원하며 '제대로 된' UHD 화질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UHD방송의 화질 척도가 낮은 이유는 방송수신율을 높여서 안테나로만 수신이 가능케 하기 위함이다. 지상파 UHD방송에서 25Mbps까지 높일 수 있지만, 향후 도입될 모바일UHD 전송용량(6Mbps)을 고려해 16Mbps로 하향 송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모바일 UHD 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인 전용 단말은 현재 출시되지 않았고, 향후 출시할 계획도 없다는 점이다. 또한 UHD 구현에 필수적인 고명도비(HDR) 기술은 현재 국내 방송에 적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현재 지상파 UHD방송 화질은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4월 방송 송출방식 결정 전 유럽식(DVB-T2) 표준의 UHD TV를 구매한 100만여명 중 미국식(ATSC 3.0)으로 송출되는 방송 시청을 위해 셋톱박스를 구매한 사람은 5000명 정도다. 90만5000여명이 UHD TV를 사고도 지상파 방송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현재 UHD로 송출되는 프로그램의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UHD방송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시청자도, 기술력도 없이 세계 최초 UHD방송이라는 '명목'만 유령처럼 남아있다.
올림픽 시기에 맞추기 위해 주먹구구구식으로 이름뿐인 UHD방송을 시작하고, 피해를 보고 있는 국민들은 나 몰라라 하며 구체적 대책도 없어 보이는 정부 대처가 씁쓸하기만 하다.
이제라도 HDR 적용을 서두르고 화질 척도를 25Mbps로 높이는 등 기술과 설비를 보완해 초고화질 해상도를 최대한 구현하는 방송이 돼야 한다.
UHD방송 설비 구축 및 컨텐츠 제작 부담을 방송사에만 떠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