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의 압박 카드 꺼내든 정부·정치권
상용화 앞두고 10월까지 통신사 고민
5G 상용화를 위한 통신장비 구입 결정에 몰두하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국산 장비를 구매해 통신장비 시장을 발전시킬 것이냐’ 아니면 ‘중국산 제품을 구매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기업 운영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는 간단하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해 수익을 남기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5G 주파수가 공공재 성격을 지니다보니 이를 통한 혜택이 국내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과제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와 정치권의 발언은 이동통신사들을 딜레마에 빠지게 하고 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10일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선정 시 국익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5G 주력망인 3.5㎓ 대역에서 상용장비 개발을 완료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신 의원은 “내년 3월 5G 상용화를 앞두고 이동통신사업자 간 ‘최초’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최초’가 ‘최고’라는 함정에만 빠지지 말고 우리 산업 전반의 득실을 철저히 따져 추진하는 등 국익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가격경쟁력 있다고 알려진 중국 업체의 5G 통신장비의 경우 미국 등 주요 우방국에서 보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 의원은 이에 따라 “5G 상용화 시 가장 고려해야 될 점은 단순히 5G 서비스를 누가 빨리하느냐보다 5G 시대에 맞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단말기, 통신장비, 콘텐츠 산업 등의 중소기업과 관련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화웨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5G는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발전과 관련이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말해 업계를 압박했다.
논란이 된 화웨이 5G 장비의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다. 경쟁사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한 반면 기술력은 경쟁사보다 3~6개월 정도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가성비만 고려하기엔 보안 취약점이 무더기로 노출돼 5G 통신장비 구매에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9일 보안 통계 사이트 CVE디테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웨이가 자진 신고한 보안 취약점은 152건으로 집계됐다. 화웨이의 보안 취약점은 2007~2015년 52건에서 2016년 100건, 지난해 169건을 기록하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일단 이동통신사들은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스 등 통신장비업체들이 화웨이와 비슷한 가격대에 장비를 출시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4세대 LTE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가성비를 고려해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업계는 내년 3월 5G 상용화를 위해서는 늦어도 10월까지는 통신장비를 최종 선정해야 연말부터 구축을 시작 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이때까지 5G 통신장비 구매에 대해 신중한 결정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