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도급액 하향조정 요청
업체 수 늘려 혜택 줄여야
전기공사업체와 한국전력과의 고질적인 유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한전 배전공사 협력사 운영제도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덕승 한국전기공사협회 윤리위원장은 최근 나주시 한전 본사를 방문, 암암리에 불법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한전 배전공사 협력사 운영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대대적인 개선을 위한 청원서를 제출했다.
전기공사협회 측은 지난달 5억 원대 뇌물을 받고 200억 원대 배전공사 사업비를 몰아준 한전 현직 임원과 직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된 사건을 계기로 이 같은 제도개선을 모색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기공사업계와 광주지방검찰청 등에 따르면 배전공사를 수주한 일부 전기공사업자들이 배정된 예산의 2%를 현금으로 한전 직원들에게 뇌물로 상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뇌물을 받은 한전 직원들은 배전공사에 대한 예산 배정과 관리·감독 권한을 악용, 이들 업자에게 임의로 예산을 추가로 배정하고 각종 편의까지 제공하는 등 구조적인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전 배전공사 관련비리는 그동안 수차례 발생해 제도 자체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입찰시스템 해킹을 통한 2700억 원대 전산입찰 비리가 적발되기도 했다. 또한 배전공사 관련 금품 및 뇌물 수수 등 각종 비리사건이 거의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고질적 비리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기공사업계는 고압·지중 협력회사 추정도급액 기준이 ‘2년 63억원’으로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것을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관련 심사기준에 적합한 추정도급액 2배수(126억원) 실적을 갖추기 위해 업체 간 인수·합병(M&A)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를 악용한 각종 편법과 허위실적이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공사협회는 이 같은 근원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배전 협력사의 ‘2년 추정도급액 63억원’ 기준을 ‘1년 20억원’으로 낮추고, 배전공사 적용범위를 ‘3000만 원 이하’에서 ‘1000만 원 이하’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실적 심사기준을 추정도급액 2배수에서 1배수로 하향조정하고, 낙찰자 선정이후 한전의 철저한 인력관리를 촉구했다. 이를 통해 협력사 수를 늘리는 대신 업체당 할당되는 공사 수는 줄임으로써 배전공사 협력사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소규모 업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정부의 입찰심사기준 완화 추세에 부응하고 중소 전기공사업체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전은 조만간 올해 배전공사 협력사 입찰지침을 확정한 뒤, 오는 11월경 낙찰자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