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인공지능, 수소경제 등 5조 투입 혁신성장 정책에 대해 ‘대기업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 불식을 위한 정부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삼성은 제약과 원격의료 등이 포함된 바이오헬스 분야에 관심갖고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김동연 부총리를 만나 “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만들겠다”며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틀 뒤인 8일 삼성은 3년간 4만명 채용·180조원 투자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바이오 산업이 이 부회장의 핵심 사업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향후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 앤 설리반 보고서에 따르면 의약품, 헬스 용품 등 바이오 산업 시장 규모는 2025년 4888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또한 7년전 바이오·의료기기·태양광 등을 신수종 사업으로 점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8대 선도사업을 선정할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바이오헬스가 느닷없이 포함된 것을 두고 삼성의 관심과 투자계획에 대한 특혜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와 정부가 발표 순서를 맞춘 듯한 질서정연한 행보만으로도 충분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임기근 혁신성장본부 선도사업2팀장은 “전문가·관계 부처와 논의해 바이오헬스가 8대 사업에 포함할 만큼 중요하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혁신성장 분야 대부분이 대기업 주력 사업과 연결됐다는 논란의 여지는 남은 상황이다.
미래자동차 분야는 인공지능, 차량전동화, 스마트카, 미래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에 23조원을 투자키로 한 현대자동차와 에너지신산업은 한화와 SK 사업과 한배를 탄듯한 모양새다. 한화는 신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방위산업, 석유화학 등에 5년간 22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SK는 에너지 산업을 비롯해 차세대 반도체·소재, 정보통신기술, 미래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에 3년간 80조원을 투자한다. 스마트팜은 LG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다.
정부는 이러한 특혜 논란을 없애기 위해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한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기업이 혁신 성장을 이끌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측불가의 ‘융합혁명’은 시장수요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인데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과제를 선정해 민간에 제시하는 방법으로는 급변하는 시장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 분야를 선정해 5년간 로드맵을 세워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혁신에 대한 보상체계를 바로잡아 아래로부터, 즉 민간기업이 혁신을 이끄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민간에서 주도하고 기획하고 방향을 잡으면, 정부는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규제개혁에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