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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공정위 전속고발권, 38년만에 ‘역사 속으로’
[분석]공정위 전속고발권, 38년만에 ‘역사 속으로’
  • 김연균 기자
  • 승인 2018.08.24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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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검찰’로 불리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된다. 1981년 도입된 이래 38년만에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 고발조치가 없더라도 검찰이 기업의 담합행위를 바로 수사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대선 공약에서부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내건 바 있다. 기존의 전속고발권 제도 하에서는 신속한 수사가 어려운데다 경우에 띠라 공정위가 고의적인 봐주기를 하는 일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과 오랜 갈등

그동안 검찰에서는 기업 사건에 대한 정보를 공정위가 독점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정식 수사 기관이 아닌 공정위에서 담합 사건을 맡다 보니 고발을 시효 직전 혹은 만료 후로 미루는 일이 많았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갈등의 표면적 노출은 1996년을 기점으로 증폭됐다.

지난 1996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앞두고 검찰이 한 유통업체 고발 요청을 거부한 공정위를 압수수색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공정위는 식품 가공날짜를 위반한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 대한 검찰의 고발 요청을 거부했다. 이후 검찰은 공정위 압수수색을 통해 현직 국장 2명을 뇌물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의 공정위 압수수색은 계속됐다. 2007년에는 공정위가 지하철 7호선 입찰 담합과 관련해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고발하자 검찰이 공정위를 압수수색했다.

2014년에는 정부가 감사원장·중소기업청장·조달청장에게 고발요청권을 부여해 공정위의 독점 권한을 견제토록 했으며, 같은 해 7월에는 공정거래법에 ‘검찰총장의 고발요청이 있는 때에는 공정거래위원장은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4개 담합 고발권 폐지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에 서명했다.

전속고발제도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권을 공정위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아무래도 기업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고발 남용을 막아 기업 활동 위축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날 합의안에 따르면 전속고발제 폐지 범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의 부당한 공동행위(카르텔) 가운데 제1항 제1호(가격담합), 제3호(공급제한), 제4호(시장분할), 제8호(입찰담합)를 위반한 범죄(경성담합)이다.

다만 두 기관은 4개 경성담합 행위 외에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금지 △기업결합 제한 △지주회사 행위제한 △상호출자·순환출자 금지 △금융지주사 의결권 제한 △불공정 거래행위 금지 등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담합행위자가 자진 신고했을 때 기존의 행정처분 감경과 함께 형사 처벌도 감면해 주는 쪽으로 제도를 개편한다.

즉 1순위 자진신고자는 형을 면제하고 2순위 자진신고자는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되, 자진신고자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해 공정위 입법예고시 ‘검찰은 적절한 감경기준을 마련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또한 자진신고자의 충실한 수사협조를 담보하기 위해, 자진신고자의 형벌감면 요건으로 ‘검찰의 수사 및 재판에 협조하였을 것’을 추가키로 했다.

이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자진신고자 감경제도 무력화로 이어져 자칫 담합행위 적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상쇄하기 위한 조처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을 올해 안에 추진할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날 “4개 담합은 소비자들의 이익을 크게 해치고 재정 낭비를 초래하는 반사회적 행위”라며 “검찰과 공정위는 이에 대한 보다 신속하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공정위가 처리해 온 담합 사건의 90% 가량은 4개 담합에 속하는 것으로 이번 조치는 사실상 공정위에서 주요 고발권을 폐지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려와 기대’ 공존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우선 기업에 대한 고발과 수사가 남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경성담합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판단해 제재와 고발 여부를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검찰이 스스로 수사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반기업 정서가 강한 시민단체 등이 기업의 경영행위를 문제 삼아 고발할 경우 기업으로선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전문성이 있는 공정위가 1차로 사안을 판단해줬다면 앞으로는 누구나 고발하고 검찰이 기업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소상공인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소상공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대기업에 대해서는 고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며 “이제 누구라도 자유롭게 중대 담합 사실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만큼 기업의 담합 행위에 대한 조사·수사가 활성화된다면 영세기업의 피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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