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회장 관련 수사는 계속 하고 있는 건가요? 어떤 소식이 들릴만한데 아주 조용합니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너무 흐지부지 되는 그런 분위기로 가는 겁니까? 경찰 쪽에 아는 취재원 있으면 한번 물어보세요."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온 공사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경찰은 지난 6월18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황창규 KT회장과 구현모 경영기획부문장 등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강 수사를 이유로 6월 20일 황 회장 및 KT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황 회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기각된 지 거의 석 달이 다되도록 영장 재신청 여부 등 별다른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수사가 적극적으로 진행돼 어떤 결과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니···.
기자도 잠시 잊고 있었고 관련 사안이 궁금해져서 경찰 해당 부처로 연락을 해봤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끝난 것은 아니고 기각된 사항에 대해 보강 수사 중에 있으며 계속 수사에 임하고 있다”면서 “꾸준히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가 마무리 되면 이에 대해 사건을 처리해 나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KT측에서는 황 회장이 계속 회사를 이끌어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방관한 체 눈치만 보는 걸까?
지금 업계에서는 황 회장이 경찰의 수사를 받고 나오는 등 그동안의 모습 속에서 KT이미지 실추만 더 해 왔다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공사업체 관계자는 “차라리 새로운 수장으로 교체해서 새 출발을 하고 신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황 회장에 대한 영장 재신청 등 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KT새노조 관계자는 “기업과 정치인의 잘못된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수사는 지속돼야지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황 회장이 지금도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것은 KT에게 큰 부담”이라며 ”황 회장이 KT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낀다면 자리에 집착하지 말고 과감한 용단을 내려 KT 앞날에 도움을 주고 다시 새 출발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금 그만둔다고 해도 모습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황 회장을 보면서,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가 생각났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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