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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 어려워 ‘시름’ 발주처 무분별한 갑질에 ‘속병’
자금조달 어려워 ‘시름’ 발주처 무분별한 갑질에 ‘속병’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8.10.29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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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공사업, 위기의 파고를 넘어라 ② 현장 애로사항·문제점 진단

공사비 지급 지연·삭감 수두룩
저가 투찰 만연…부실시공 우려
인력난 심화·인건비 상승 ‘이중고’

입찰·계약제도 개선 ‘발등의 불’
현장 기술자 고령화도 큰 숙제
해외인력 상시고용제 검토해야

일선 정보통신공사업체 경영자들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숱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무엇보다 공사 수주에 큰 어려움을 겪다보면 안정적인 자금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더욱이 대부분의 민간발주처는 물론 상당수 공공기관에서 조차 가격위주의 입찰을 시행함에 따라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은 저가투찰을 통해 공사를 수주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발주처의 불합리한 요구나 부당행위, 적정대가 미지급, 공사비 지급 지연, 근로자 노임단가의 지속적인 인상 등도 정보통신공사업체 경영자들의 애를 태우는 구조적 문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 저가투찰→공사비 하락 악순환

다수의 중소 시공업체들은 인력 및 장비운영에 필요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다.

이 같은 재정부담은 시공업체들이 중장기 경영계획에 입각해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고 즉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단기사업에 역량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게 하는 ‘족쇄’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낮은 입찰가격은 다른 시공업체에 대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요소가 된다. 이는 상당수 발주처에서 최저가입찰로 공사를 집행하고 있는 것과 맥을 함께 한다.

특히 일부 통신사업자의 경우 소규모 정보통신공사에 대해서도 무제한 최저가 입찰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무조건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해 공사를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협력업체간 입찰은 지나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입찰 참가업체의 투찰가가 통신사업자 측에서 당초 예상한 것보다 높을 경우 계속 재입찰을 실시하며 시공사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격경쟁에 지친 일부 업체의 경우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설계금액 대비 40% 이하의 낮은 금액으로 투찰하기도 한다.

이처럼 최저가낙찰제 적용에 따른 저가투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저가투찰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공사 등의 사업물량은 한정돼 있는 데 반해, 해당사업을 수주해 수익을 내려는 업체들은 넘쳐나는 게 일반적이다. 자연스럽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투찰가격은 낮아진다.

단 한 건의 공사가 아쉬운 시공업체 입장에 보면 저가투찰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더욱이 인력 및 장비운영을 위한 단기자금 조달에 큰 부담을 느끼는 중소업체의 경우 저가투찰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낮은 가격으로라도 사업을 수주해야만 당장 회사 운영경비를 충당하고 발주처와의 거래관계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발주처의 최저가낙찰제 적용과 만성적인 저가투찰, 실행원가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면서 관련업계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무엇보다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밑지는 장사를 할 공산이 크고, 부실시공이 발생할 위험성이 커진다.

특히 무리한 저가낙찰로 실행원가가 낮아질 경우 그 손실은 원도급업체뿐만 아니라 하도급업체나 장비·자재업체 등으로 전가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각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편법·탈법행위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시설물 안전에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저가투찰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문제점을 없애고 합리적 경쟁의 틀을 정립하기 위한 논의가 수없이 되풀이 돼 왔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는 못했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풀지 못한 까닭이다.

그러나,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관련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저가투찰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수의 일선 경영자들과 전문가들은 저가투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저가낙찰제 폐지 △발주자의 엄격한 입찰자격사전심사(PQ) △적격심사 항목의 변별력 제고 △사업 특성별 입찰·낙찰제도의 다양화 △입찰·낙찰 관련정책의 합리성 제고 등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이 적정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협상에 의한 계약제도와 복수예비가격 산정범위를 개선하는 등 합리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협상에 의한 계약제도의 경우 현재 예정가격의 60% 미만 투찰 시 감점을 받도록 규정돼 있으나, 감점이 적용되는 투찰률을 80%로 상향조정함으로써 무분별한 저가입찰을 방지해야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공공공사의 예정가격 산정 시 100억 원 미만 공사에는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지 않도록 현행 규정을 준수함으로써 적정공사비 산정의 기틀을 정립해야 한다는 데 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 부당특약 등 불공정행위 여전

일선 현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행위와 발주처의 부당한 요구도 중소 시공업체의 시름을 깊게 만드는 대목이다.

특히 민간 시설공사의 경우 원도급자가 발주자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삭감되는 일이 빈번하다. 더욱이 대금 지급일자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공사대금 지급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게 다반사다. 이뿐만 아니라 발주처와 원도급업체에서 발전기금 또는 기부금 형식으로 하도급업체에 상납을 요구하는 일도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부당행위는 시공업체는 물론이고 근로자의 임금 지급에까지 영향을 미쳐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중소 시공업체를 운영하는 K대표는 “민간건설 발주자와 수급인 간의 시공계약서는 노예계약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발주자 일방의 이익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 발주처의 경우에도 부당한 ‘갑질’로 시공업체를 옥죄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가계약법 등 관계법령에 어긋나게 입찰참가 자격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중소 시공업체의 입찰기회를 박탈한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민간위탁 등에 대한 계약 시 해당사업을 효율적·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적정운영비를 지급해야 함에도 운영비 중 필수경비를 시공업체에 전가한 경우도 있었다.

아울러 지자체가 시설공사를 발주한 후 하도급 업체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감독하지 않아 중소업체의 원활한 영업활동을 가로막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시설공사를 집행하면서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거나 무리한 기준을 적용해 공사비를 삭감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급구조상 ‘을’의 지위에 있는 중소 시공업체로서는 어쩔 수 없이 분루(憤淚)를 삼켜야만 한다.

더욱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사업비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가는 ‘갑’에게 밉보여 여타 공사계약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언제나 중소 시공업체를 짓누른다.

이 밖에도 발주처의 시공업무 담당자가 정보통신공사업 관계법령이나 규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공사의 설계를 부당하게 변경하거나 정보통신공사를 다른 공종의 공사와 분리하지 않고 통합 발주하는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종 불공정 행위와 부당한 입찰기준을 차단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안전망을 촘촘히 엮는 정부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또한 정보통신공사업법령 및 관련규정에 입각해 분리발주의 당위성 등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 시공인력 고용안정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올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등에 힘입어 현장 기술자의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것도 정보통신공사업체 경영자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와 맞물려 우수한 기술을 갖춘 현장 기능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통신선로공사 등에 투입되는 인력이 대부분 고령화돼 있어 향후 10년 뒤에는 현장에서 네트워크 구축업무를 담당할 시공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적정공사비 확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해 정보통신 시공인력에 대한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공사가 ‘3D 업종’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제공하는 미래유망 산업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시공인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 시 해외인력을 상시 고용할 수 있도록 고용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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