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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광장] Game Rule Changer...큰 일 할 변화인가 큰 일 낼 변화인가?
[ICT광장] Game Rule Changer...큰 일 할 변화인가 큰 일 낼 변화인가?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8.11.13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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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윤석 숭실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정보통신공사’란 유선, 무선, 광선, 그 밖의 전자적 방식으로 부호·문자·음향 또는 영상 등  의 정보를 저장·제어·처리하거나 송수신하기 위한 기계·기구(器具)·선로(線路) 및 그 밖에 필요한 설비를 설치하거나 유지·보수하는 공사를 말한다.

공사의 성격을 감안할 때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점차 고도화·첨단화·복잡화되는 정보통신설비와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정밀시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문분야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격 도래와 함께 ICT 융합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공사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공사처럼 규모가 100억 원 미만인 소규모 공사의 경우 1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공사와 공사비 산정 방법을 달리해 왔다. 즉, 대형공사에는 공사 공종별로 시공결과물의 입찰가격, 계약가격 및 실제 시공가격을 조사하여 만들어지는 산정방식인 표준시장 단가를 적용하고, 100억 원 미만 공사에 대하여는 설계를 기준으로 한 원가분석방식으로 산출되는 표준품셈제도를 적용해 온 것이다.

그러나 대형공사의 경우  중소규모 공사에 비하여 자재 구매, 장비 임대 및 인력 활용 등에서 규모의 경제성이 발생하므로 단가를 일부 낮추는 것이 가능하나, 중소규모 공사는 공사물량이 적고 주로 하청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더 이상의 원가절감이 곤란한 것이 현실이다.

대량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단가를 ‘후려칠 수 있는’ 대형마트의 농산물 가격이 소규모로 하루하루 재고를 떨어내야 하는 동네 재래시장의 농산물 가격보다 낮게 책정될 수 있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그런데 손수 오이를 재배하거나 유통구조의 끝자락에 있는 도매상에게 소규모로 물량을 떼어 동네 재래시장 좌판에서 판매되는 오이를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오이가격만큼만 주고 사겠다는 정책이 修身과 齊家보다 治國에 더 관심이 있는 어느 도의 정치인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도민에게 세금을 돌려준다’는 미명으로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 주민들은 물론 일반 국민도 솔깃하기 쉬울 뿐 아니라 관련 중앙부처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게임의 룰을 바꾸겠다는 이유는 정해진 단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표준품셈보다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표준시장가격이 다소 낮게 산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그런데 표준시장가격이 표준품셈보다 낮은 가격처럼 보이는 이유는 산정방식이 우월해서가 아니라 전자가 ‘규모의 경제’가 있는 대규모 공사를 기준으로 산정되었기 때문이다. 표준품셈이냐 표준시장가격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산정방식을 적용한 대상이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안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또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불이 났을 때 화재의 규모가 클수록 소방차가 많이 몰릴 것이고 피해액 또한 커질 것이다. 이때 겉으로 보이는 것은 몰려든 소방차 대수와 검붉게 타오르는 화염이다.

이걸 보고 소방차가 많이 몰리면 피해가 커지는 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이다. 소방차 대수와 피해액을 결정짓는 것은 화재의 규모이지 소방차 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방차 대수는 결국 허위변수(spurious variable)에 다름 아니다. 마찬가지로 공사단가를 낮출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표준시장가격도 허위변수이다. 공사의 단가를 결정짓는 것은 공사의 규모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시위를 벌이면서 ‘소상공인도 국민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물론 고용주로서의 소상공인은 피고용자로서의 알바생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상공인이 있기 때문에 알바생도 일할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표준품셈 적용을 받는 소규모 건설업자 또한 국민이다. 소규모 건설업자들이 있기에 공사현장이 생겨나고 서민들이 일할 자리를 얻게 된다. 이들을 쥐어짜서 얻게 된 비용절감액을 복지분야에 투자한다는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역시 국민인 그들을 고사하게 만드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 갑과 을을 억지로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위치에서 자기 일을 잘 하고 그에 상응한 대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의 근간을 이루는 이슈 중 하나인 형평성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동네 재래시장에서 오이를 파는 할머니들의 오이값이 다소 비싸다는 이유로 대형마트의 가격만 지급할 경우 재래시장은 전멸하게 될 것이다.

만일 정책목표가 동네 재래시장을 고사시키고 대형마트만 이용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면 그리 하시라. 그러나 대형마트에 갈 수 없거나 갈 필요가 없는 지역주민들이 동네 재래시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동네 재래시장 상인들의 물건이 대형마트에도 입점할 수 있게 하려면 그들도 살아남을 수 있게 다르게 대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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