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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디지털 트윈, 가상과 실재가 대화를 나누다
[기획]디지털 트윈, 가상과 실재가 대화를 나누다
  • 차종환 기자
  • 승인 2018.12.05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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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결과가 현실에 ‘동기화’
사고 예측∙정책 사전검증 가능해져

GE∙지멘스 등 해외 상용화 본궤도
국내에선 기술 개발 ‘걸음마’ 단계

비용 낮추고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의료적용시 개인정보보호도 숙제
디지털 트윈으로 가상의 터빈을 하나 더 만들어 제조 공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 [사진=지멘스]
디지털 트윈으로 가상의 터빈을 하나 더 만들어 제조 공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

2009년 개봉했던 영화 ‘아바타’는 하반신 마비인 주인공이 인공육체로 만들어진 자신의 아바타를 조종해 외계종족과 접촉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과 아바타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영향을 주고받으며 마치 하나의 사람인 듯 움직인다. 영화는 2150년대를 설정하고 있다. 나와 가상의 내가 하나가 되는 일이 그 때쯤이면 가능한 일일지 모르지만, 이 기술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은 이미 우리 곁에 현실로 다가와 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물리적 객체를 디지털로 복제해 서로의 상태를 동일하게 유지시키며 현실과 가상이 지닌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가 일고 있는 것이다.

■ 기술 개요

디지털 트윈의 기본 개념은 ‘시뮬레이션(Simulation)’에서 출발한다. 즉, 실제와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미리 해보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시뮬레이션으로 도출된 결과가 현실에 반영된다. 요즘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익숙한 개념인 ‘동기화(Sync)’가 일어나는 것이다.

예로, 교통상황 모니터링을 위해 한 도로 구간을 디지털 트윈으로 재구성했다고 가정하면, 디지털 트윈 도로에 교통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졌을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제 도로의 교통신호 체계가 조정되거나 위험을 경고하는 표지판이 작동한다. 이로써 변화된 교통 흐름은 다시 디지털 트윈 도로에 적용돼 사고율을 재산출하게 된다.

이처럼 현실과 가상이 상호작용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제조, 전력, 의료, 항공, 자동차는 물론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스마트시티까지 아우를 수 있다.

제조에서는 제품 설계에서부터 플랜트 운영·감시, 손실 예측, 고장 진단 등이 디지털 트윈에서 먼저 이뤄짐으로써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겪게 될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항공 및 전력 산업에서는 프로펠러, 터빈 등 기계의 고장 진단, 예측을 가능케 하며 자동차 분야에서는 차량의 성능을 분석하고 고객에게 맞춤식 경험을 제공하는 데 일조한다.

의료 산업에서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과 결합해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효율적인 환자 모니터링을 실현할 수 있다.

규모가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스마트시티 사업의 경우 교통, 에너지, 환경 등의 새로운 정책을 가상도시를 통해 사전 검증할 수 있어 디지털 트윈의 가치가 특히 두드러진다.

■ 상용화 사례

해외에서는 눈에 띄는 상용화 사례가 속속 도출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이라는 개념을 처음 정의한 제너럴일렉트릭(GE)사는 가상 세계에 현실과 똑같은 쌍둥이 공장을 하나 더 만들었다.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이 시뮬레이션 되며 공장 가동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결과가 예측되고 있다.

롤스로이스 역시 디지털 트윈을 적극 도입하는 기업 중 하나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제트기의 엔진 고장을 97%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리적인 엔진의 성능을 디지털 모델링해 고장 여부에 따라 엔진의 성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시뮬레이션 한다. 이를 통해 비행 인증을 받기 위해 거쳐야 할 엔진관련 엄격한 시험을 통과하는 데 드는 비용도 크게 절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멘스는 제품 출시 전 디지털 트윈 시제품을 만들어 예상 가능한 모든 문제점을 테스트한다.

국내엔 이렇다 할 디지털 트윈 사례가 없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디지털 트윈의 요소기술 관련 프레임워크, 플랫폼 도구 등이 연구개발 중인 단계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앤마켓스에 따르면, 디지털 트윈 시장은 2016년 2조원 규모였던 것에서 연평균 37.87% 성장률을 보이며 2023년에는 18조원이 될 전망이다.

또다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3~5년 내에 수백만개 사물이 디지털 트윈으로 표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장비 수리, 서비스 계획 수립, 제조 공정 계획, 공장 가동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너무 비싼 비용·개인정보 보호 ‘숙제’

디지털 트윈이 지닌 문제점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로선 디지털 트윈의 도입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GE, 지멘스 같은 거대기업들만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디지털 트윈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사용성이 없는 경우, 불필요한 데이터나 트래픽만 잔뜩 유발하는 경우라면 오히려 기업의 수익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개인정보보호 문제도 불거질 공산이 크다.

현재는 디지털 트윈이 산업계에서만 적용되고 있지만 한 개인을 디지털 트윈화 하는 움직임도 서서히 일고 있다. 궁극의 의료 복지가 디지털 트윈을 통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을 통한 ‘나’는 앞으로 어떤 질병을 앓게 될지 예측할 수 있어 맞춤형 건강관리가 가능해진다. 설사 어떤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수술이나 약물에 대한 부작용을 디지털 트윈을 통해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람의 디지털 트윈화는 곧 개인정보 노출의 위험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주민등록번호 노출 정도의 위험이 아닌 신체정보, 병력, 가족력 등이 고스란히 악용될 소지가 커진다.

디지털 트윈이 인류의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 지금부터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준비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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