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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공공입찰 기준 중구난방… 통신공사업계 속앓이
[이슈] 공공입찰 기준 중구난방… 통신공사업계 속앓이
  • 박광하 기자
  • 승인 2018.12.07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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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지원협약서 공개여부 기관마다 제각각

확약서 발급에 사업비 절반 갉아먹기도

특정회사 라이선스 가점 등 이상한 심사도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이 각종 입찰 발주 시 기술지원확약서 발급을 위한 협약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가 하면, 국가공인자격을 배제한 채 외산장비 제조사가 발급하는 자격증에 대해 가점을 주고 있어 통신공사업계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기술지원협약, 중소·신생업체 발목

서울시내 25개 자치구의 경우 매해 연말 정보통신시스템 유지보수 용역 사업 등을 발주한다. 자가망 등 통신시스템을 유지보수하기 때문에 입찰 참가자는 정보통신공사업 자격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용역 입찰 과정에서 기술지원협약서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기술지원협약은 특수한 성능이나 기술이 포함된 물품 공급 등에 대해 원활한 기술지원을 목적으로 발주처가 제조사·공급처와 체결하는 협약이다.

서울시 A 자치구의 경우 지난달 '정보통신시스템 통합 유지보수 용역' 입찰 공고에서 기술지원협약서 사본을 첨부하지 않았다. 해당 자치구 담당 공무원은 통화에서 "행안부의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지침'에 따라 협약 내용을 비공개해왔다"고 말했다. 해당 지침은 문서 공개에 따라 보안침해 사고 등이 우려될 경우 이를 비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한편 입찰에 참가하고자 하는 사업자가 요청하는 경우엔 제안서 작성에 필요한지 판단을 거쳐 보안서약서를 받고 열람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포함하고 있다.

문제는 보안서약서 때문에 협약 내용에 대해 시비를 따지기조차 어렵다는데 있다. 통신공사업체 사장인 K씨는 익명을 전제로 "설령 문제가 있더라도 서약서 때문에 이를 발설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기자가 직접 해당 협약서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담당 공무원은 "지침에 따라 입찰 희망 사업자가 아닌 자에게 협약서를 공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이웃한 B구는 공고에서 협약서를 PDF 파일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B구 담당자는 "기재부의 계약 예규를 준용해 협약서를 입찰 시 사전 공개했다"며 A구와는 다른 이야기를 내놨다. 계약 예규에 따르면 사전에 맺은 협약 내용을 입찰공고에 명시하도록 하는 준용 규정이 있다.

담당자는 보안침해 우려에 대해 "인터넷을 통한 시스템 접속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조사는 물론 모델명까지 확인할 수 있다"며 "해커가 협약서 때문에 해킹을 못하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보안침해가 우려된다면 보안 정책을 제대로 수립·시행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처럼 서울시내 자치구마다 협약서 공개·비공개가 혼재되다 보니 입찰에 참가하고자 하는 업체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기술지원협약 금액이 지나치게 높거나 자치구마다 금액이 들쑥날쑥한 문제도 확인됐다.

C구의 경우 기술지원 협약 금액이 해당 사업 계약금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용역 수행 업체가 그만큼의 금액을 장비 제조사·공급사에 고스란히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당연히 사업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경기도 D시의 용역 입찰 내용을 분석한 결과 확약서 발급비용이 사업 추정가격의 44%에 이르기도 했다.

한술 더 떠 특정 장비 공급업체가 발주처와 기술지원협약 비용을 과도하게 체결하고, 해당 장비 유지보수 용역 사업까지 해왔던 사실도 확인됐다. 한 업체는 서울 E구에 외산 통신장비를 납품하고 이 장비에 대한 기술지원협약 비용을 매년 5800만원씩 책정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업체는 연속 3년간 E구의 정보통신시스템 유지보수 사업자로 선정됐다.

만약 다른 업체가 이 사업을 수행할 경우 5800만원을 해당 업체에 주고 기술지원 확약을 보증하는 기술지원확약서를 받아야 한다. 반면 확약서를 자신에게 '셀프 발급'할 수 있는 해당 업체는 그만큼의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국가공인 홀대… 민간 자격 잔치

입찰 업체 평가 시 국가공인기술자격이 홀대받는 문제도 불거졌다.

서울 F구의 경우 정보통신시스템 유지보수 용역 공고에서 IBM사에서 발급하는 AIX CATE, CSE 등의 자격증에 대해 기술인력 보유상태 평가 배점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F구는 이밖에도 HP의 CSA, CSE, ASE 자격이나 오라클의 OCM, OCP 자격에 대해서도 배점을 주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가에서 공인하는 정보처리 및 정보통신 기술 자격에 대해서는 평가 배점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100점 만점인 제안서 평가에서 기술인력 보유상태 배점 합계가 최고 6점으로 책정돼 있어 해당 민간자격 기술자를 보유하지 못한 업체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타 자치구에서 국가공인기술자격을 보유한 기술자에 대해 평가 배점을 하는 것과는 정 반대다.

F구 담당자는 "우리 구에서 IBM, HP, 오라클의 장비·제품을 도입했기 때문에 해당 회사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에 대해 가점을 주는 게 맞지 않느냐"며 공인자격에 배점을 줘야 한다는 질문을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대꾸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통신공사업체 대표는 "근로자들이 정보통신관련 공인 자격증을 취득했으나 공공부문에서 이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하며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이 외산 벤더에서 발급하는 민간 자격을 우대한다면 나라에서 국민 세금으로 외산장비 영업을 대행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정보통신시스템 유지보수 용역 사업처럼 다른 사례에서도 양상이 비슷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일관된 기준을 세우고 입찰 행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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