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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주 52시간 근무제 파급효과·당면 과제
[기획] 주 52시간 근무제 파급효과·당면 과제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9.02.11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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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선로공사 등 특수성 감안…근로시간 유연하게 적용해야

안정적 통신망 운영 위해 야간작업 불가피
인력수급 어려운데 인건비 오르면 부담 가중

현장상황 고려한 합리적 탄력근무제 바람직
시공품질 높이려면 적정공사비 반영도 필수

지난해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건설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일선 현장인력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공사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공사업계를 비롯해 전문 시공분야도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엔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직·간접적인 파급효과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한 다양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주 52시간제, 무엇이 달라졌을까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기 전, 1주일에 부여된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이었다.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과 휴일근로 16시간을 합한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1주간 최대 근로시간이 총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직원에게 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합해 주당 52시간 안에서만 일을 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최대 근로시간 보다 더 오랫동안 일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추가 근로수당(시간 외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사용자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더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아울러 8시간 이내의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8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 이상을 가산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더불어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의 야간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더 줘야 한다.

이 같은 추가수당 없이 근로자에게 1주일에 52시간 넘게 근무를 시키면 법을 어기는 것이 된다. 이처럼 관계법령을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처분을 받거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이 같은 주 52시간 근무제는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이미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어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은 2020년 1월 1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 시공분야에 미치는 영향

주 52시간 근무제는 시공분야와 어떤 상관관계를 지닐까.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제도가 시공분야(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큰 영향은 공사비 증가에 관한 것이다. 근로자 한 사람의 1주간 최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건설업체는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현장의 기능인력과 관리직 인력을 충원하게 되면 직접노무비와 간접노무비가 상승할 공산이 크다.

두 번째로 짚어볼 수 있는 것은 공사기간의 연장이다. 건설업의 경우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근로시간과 근로일수의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작년 여름과 같이 극심한 무더위로 실외에서 장시간 작업하기가 어려워질 경우 당초 계획보다 공사 일정이 지연된다.

이 때 대부분의 건설업체는 날씨가 선선해 진후 적당한 시간에 추가 작업을 해서 공기를 맞추게 된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종전의 방식으로 늦어진 공기를 만회하기가 힘들어졌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건산연이 현재 진행 중인 109개 건설사업을 분석한 결과, 48개 사업(44%)은 당초 계약대로 공사기간을 지키기가 어려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성남의료원의 경우 당초 지난해 11월 공사를 완료하고 올해 4월 개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극심한 폭염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공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발주자와 시공업체는 공사기간을 약 3개월 늦추기로 했다.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의 경우에도 당초 오는 6월까지 모든 공사를 마칠 예정이었으나 준공시기를 11월로 연기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야간 및 주말작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장관리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시공현장은 다양한 규모의 여러 사업체의 협업을 통해 운영되는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같은 사업장 안에 있는 건설업체들의 근로시간이 서로 다를 경우 현장관리 및 운영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보통신공사의 특수성을 감안해 작업자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보통신공사의 특수성을 감안해 작업자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정보통신공사업계도 ‘노심초사’

당초 정보통신공사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파급효과에 다소 둔감한 편이었다. 이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명확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다수 정보통신공사업체의 경우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어서 2021년 7월 이후에나 이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촌각을 다투며 해결해야 할 ‘발등의 불’로 생각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제도 시행에 따른 공기연장 및 공사비 증가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향후 정보통신공사업계에 얼마나 큰 파장을 미칠지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해졌다.

특히 정보통신공사의 특성상 근무시간을 특정하기 어렵고, 안정적인 통신망 개통 및 운영을 위해 야간이나 휴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여서 앞으로의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통신선로설비공사나 구내통신설비공사는 물론, 전산시스템 구축과 같은 정보망 설비공사의 경우 야간이나 사용자가 지정한 시간에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의 불편이나 피해를 최소화하고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대다수 시공업체가 유능한 인력을 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도 고질적인 인력부족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계약서상 공기를 맞추기가 더 어려워진다.

결국 더 많은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데, 이는 고스란히 정보통신공사업체의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현장에 투입하는 인력이 늘어났다고 해도 당초의 계약을 변경해 전체 공사비를 증액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근로자 개개인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깎거나 당초 산정했던 이윤을 줄이는 방법으로 공사비를 맞추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서비스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고 안정적인 통신망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야간작업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면서 “주당 근로시간을 한정할 경우 해당공사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시공품질을 확보하려면 숙련된 작업자를 대체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현장인력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커지게 되면 중소 시공업체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토로했다.

■ 제도안착을 위한 당면과제

이처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일선현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시공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 탄력근무제 시행이 필요하다는 데 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탄력근무제란 2주 이내의 일정한 단위기간을 평균해 1주간의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특정한 주에 주 40시간을, 특정한 날에 8시간의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로하게 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51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주에 45시간을 근무했다면 이번 주에는 35시간을 근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추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탄력근무제를 적용한다고 해도 이를 시행하고자 하는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단위기간도 최대 3개월을 넘을 수 없다.

또한 탄력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야간근로나 휴일근로에 따른 추가수당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이와 관련, 관련업계는 현행 법률상 인정되는 탄력 근무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고 사전 근로일과 근로시간 결정요건을 못박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탄력근무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현재 2주(취업규칙에 따른 경우), 3개월(노사서면합의에 의한 경우)로 정해진 단위기간을 각각 1개월, 1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도모하고 현장시공과 기상·계절적 요인 등으로 돌발변수가 많은 시공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자는 취지다.

특히 정보통신공사업계는 광케이블 포설 및 절체접속 등이 포함되는 통신선로공사와 도로굴착이 뒤따르는 통신구설비, 통신관로설비 공사 등의 경우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수한 작업환경을 고려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과 고품질 시공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추가 인력투입에 따른 적정공사비를 산정해 반영하고, 설계·공사기간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소 시공업체 대표자 A씨는 “상당수 시공현장이 단축 근로시간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적절한 보완책도 없이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댈 경우 무고한 범법자만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합리적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근로시간 위반에 따른 계도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는 탄력근무제 합리적 개선의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을 마련하고자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이 정부과제로 수행한 ‘2018년 정보통신공사업 실태조사 연구’에 관련 설문내용을 반영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송희경 의원은 지난해 8월 탄력근무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업 및 정보서비스업을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적용의 특례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산업현장의 특성에 맞게 근로시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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