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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초연결·5G시대 보안방패 ‘양자암호통신’
[기획] 초연결·5G시대 보안방패 ‘양자암호통신’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9.04.24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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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신자만 해독할 수 있는 암호키 생성
도청 감지 즉시 통신 중단…정보유출 차단
행정·금융망 데이터센터 등 적용분야 다양

암호는 역사적으로 그 뿌리가 매우 깊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암호는 기원전 450년 경 그리스인들이 고안한 ‘스키테일(scytale)’로 알려져 있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원통모양의 ‘스키테일’에 종이테이프처럼 생긴 양가죽을 감아 글씨를 썼다. 양가죽을 길게 늘어뜨려서 보면 마구잡이로 적힌 글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같은 길이와 굵기의 막대기에 이를 감아서 보면 메시지 판독이 가능했다. 전장(戰場)의 지휘관과 본국의 전령들은 이렇게 비밀내용을 주고받았다.

■ 차세대 보안기술 각광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 날에도 다양한 종류의 암호는 개인은 물론, 거대조직의 정보와 자산을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각종 금융거래와 기업 및 기관의 전산망 관리에 쓰이는 비밀번호를 들 수 있다.

문제는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암호를 해독하는 기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해커들이 대형 전산망에 교묘하게 접근해 비밀자료를 빼내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해커들은 저마다의 날카로운 ‘창’으로 암호라는 ‘방패’를 뚫곤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지능형 초연결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해킹위협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진일보한 암호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자율주행, 금융, 원격의료,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초연결망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해커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보안담당자들은 어떤 방패를 준비해야만 할까? 새로운 개념의 암호화기술인 ‘양자암호통신’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양자암호통신이란 ‘양자(量子, Quantum)’의 특성을 적용해 송신자와 수신자만이 해독할 수 있는 암호키(Key)를 만들어 도청을 막는 통신 기술이다. 현존하는 보안기술 가운데 가장 안전한 통신암호화 방식이자, 차세대 보안기술로 평가받는다.

양자는 더 이상 작게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단위를 갖는 입자다. 양자의 종류에는 광자(光子, Photon), 전자(電子, Electron), 원자(原子, Atom) 등이 있다.

양자의 특성은 복제불가능성, 중첩성, 얽힘 현상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즉, 양자는 그 상태를 복제할 수 없으면서도 두 개의 성질을 동시에 지닐 수 있다. 또한 상호간 특수한 관계로 얽혀 있는 특징이 있다.

양자암호통신의 핵심은 빛의 알갱이인 광자를 이용해 암호를 만드는 것이다. 두 가지 물리적 상태를 지니고, 송·수신자의 측정결과가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 양자의 특성은 정보 전송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 해킹 감지하면 새 암호 생성

기존 통신방식을 공을 주고받는 행위로 비유하자면, 제3자가 몰래 공을 가로챈 후 복제본을 전달해도 탈취 여부를 알기 어렵다.

반면 양자암호통신은 비눗방울을 주고받는 것과 같아 제3자가 비눗방울을 건들기만 해도 형태가 변형돼 해킹이나 복제 자체가 불가하다.

특히 보안관리자가 아닌 외부인 등이 암호키 해독을 시도할 경우 곧바로 이를 감지하고 새롭게 암호를 만들어 해킹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암호키란 데이터를 암호화하기 위해 섞는 임의의 숫자 배열을 의미한다.

새로운 암호키 생성이 가능한 것은 누군가 정보를 탐지하기 위해 침입할 경우 빛의 입자가 갖는 양자의 역학적 상태가 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보 송·수신자는 먼 거리에서도 암호키를 안전하게 주고받음은 물론, 도청이 감지되는 즉시 통신을 중단해 정보유출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보안성이 뛰어나고 기술적 차별성을 지니는 만큼 양자암호통신의 시장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다. 특히 국가행정망의 보안 네트워크나 금융망, 군사기밀 암호전송, 데이터센터 기밀유지, 재난보호 네트워크, 개인의료 및 정보 보안서비스, 차량해킹 방지 등에 유용하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암호통신은 경제성 측면에서도 이점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일반 광통신 회선을 활용해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자암호통신의 발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미국과 일본, 유럽 등 기술선진국은 10여 년 전부터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을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또한 중국 등 기술신흥국에서도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정책지원에 나서고 있다.

ETRI 연구원들이 무선 양자암호통신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ETRI 연구원들이 무선 양자암호통신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ETRI]

■ 5G 통신망에도 본격 도입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주요 ICT기업을 중심으로 양자암호통신 기술개발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TRI는 지난해 4월 무선 양자암호통신기술을 이용해 연구원 1동 옥상 100m 이상의 거리에서 야간뿐만 아니라 낮에도 양자 신호를 전송하고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ETRI가 개발한 무선 양자암호통신 시스템 기술은 빛의 알갱이인 광자에 정보를 담아 전송하고 복원해 암호키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제3자가 데이터를 탈취할 경우, 양자정보가 변해 해킹이나 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ETRI는 100m 이상의 전송 거리에서 밤의 경우 1%, 낮에는 3% 수준의 우수한 양자비트오류율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연구진은 초당 2십만 비트 이상의 암호키 생성이 가능한 200kbps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다.

또한 연구진은 소형 무선양자암호통신 송수신 부품을 활용해 전송거리를 더욱 증가시킬 수 있는 기술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드론과 같은 이동체 등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무선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 중에는 SK텔레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SK텔레콤은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세종-대전 간 LTE 백홀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했다. 이어 201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양자난수생성기(QRNG) 칩을 개발했다.

양자난수생성기는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패턴 분석 자체가 불가능한 무작위 숫자를 만드는 장치로, 통신 네트워크를 통한 해킹의 위험을 원천 봉쇄한다.

2018년 2월에는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기업인 스위스 IDQ에 투자하는 등 최고 수준의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5G 통신망에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본격 도입해 네트워크 보안을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전국 데이터 트래픽의 핵심 전송 구간인 서울~대전 구간에 IDQ의 양자키분배(QKD) 기술을 연동해 5G와 LTE 데이터 송수신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양자키분배는 양자암호통신의 핵심기술로 송신부와 수신부만 해독할 수 있는 도청 불가능한 암호키를 생성한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기술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해 양자 네트워크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가 양자암호통신 확대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SK텔레콤 관계자가 양자암호통신 확대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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