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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분리발주 폐지 땐 대기업이 시장독식…산업기반 붕괴 우려
[기획] 분리발주 폐지 땐 대기업이 시장독식…산업기반 붕괴 우려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9.05.13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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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 정착의 해법은

② 정보통신공사업계 실태진단

분리도급이 법적 보호 받지 못하면
관련산업 선순환 구조에 균열 발생
불공정 하도급 구조 고착화 할 듯

정보통신공사업체 1만 개 시대다.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에 따르면, 13일을 기준으로 전국의 정보통신공사업 등록업체는 총 1만77개사에 달한다.

지난 1971년 ‘전신전화설비공사업법’ 제정 당시, 전국의 공사업체는 53개사에 불과했다. 정보통신공사업이 독립적인 산업영역으로서 법적 기틀을 마련한지 반세기만에 업체 수가 약 2000배 증가한 셈이다.

■ 업체 수는 증가, 공사물량은 제자리

주목해야 할 것은 공사업체 수 증가에 비례해 시설공사 물량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전반에 고착화된 저성장 구조 속에서 최근 1~2년간 회복세를 보였던 건설경기가 올해 다시 침체기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막론하고 주요 발주처에서는 신규사업 추진에 신중을 기하거나 시설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처럼 전체 공사물량엔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통신공사업 등록업체 수는 지속적으로 늘다보니,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발주처의 적극적인 시설공사 발주로 충분한 일감이 공급돼야 공사업계가 살아나는데, 일선 현장의 체감경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이 같은 경영여건에서 대다수가 중소 전문업체인 정보통신공사업계는 원활한 기업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보통신공사업체 분포를 살펴보면 1만77개 등록업체 중 7369개사(73.1%)가 정보통신공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수행하는 중소 전문업체다.

나머지 2708개사(26.9%)는 다른 업종의 사업을 함께 영위하는 겸업업체로 분류된다.

한정된 공사물량을 놓고 다수의 중소업체가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사비가 하락한다.

일단 일감을 확보하고 보자는 생각에 낮은 가격으로 공사를 수주하더라도 적정이윤을 내기가 힘들어진다.

경제·사회 전반의 양극화 추세와 맞물려 공사수주와 기성실적이 소수의 상위업체에 편중되는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1만여 정보통신공사업체 중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인 기업의 수는 3% 미만이지만 전체 정보통신공사 매출액의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2017년을 기준으로 종합건설업을 겸하고 있는 시공업체는 전체의 3.01%에 불과하지만,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56%에 이른다.

이에 더해 중소기업 간 경쟁시장이었던 10억원 이하의 소규모 정보통신공사 영역까지 등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참여하면서 중소 공사업체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대기업의 경우 자회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때 대기업 자회사는 관련공사를 협력사들에게 경쟁입찰을 통해 하도급 주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자회사는 당초 책정된 공사금액의 일부를 관리비 명목으로 공제하게 된다.

이는 해당 대기업의 협력사로 등록된 중소 시공업체의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단초로 작용한다.

이처럼 다수의 중소업체들은 일거리를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으며, 극심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 중소 시공업체, 대기업 하도급자로 전락

이 같은 정보통신공사업계의 경영여건을 감안할 때 분리발주 제도는 중소 시공업체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뒷받침하고 정보통신공사업의 건실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정보통신공사의 분리도급이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할 경우 공사발주에서 수주에 이르는 선순환 구조에 균열이 생겨 건실한 산업생태계를 형성하는데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분리발주제도가 폐지되면, 종합건설업 등을 겸하고 있는 소수의 대기업만이 원도급자 자격으로 정보통신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들 건설 대기업은 정보통신공사의 하도급을 통해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하도급업체를 선정할 공산이 크다.

특히 가격 위주로 하도급업체를 선정하게 되면 대기업은 한층 손쉽게 이윤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말 그대로 '손을 안대고 코 푸는 격'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반해 나머지 대다수의 중소 시공업체는 대형업체의 하도급자로 전락해 충분한 공사비를 확보한 상태에서 안정적인 경영을 지속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더욱이 중소규모의 전문 정보통신공사업체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건설 대기업은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고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게 돼 업종·산업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이는 건실한 경제 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리발주제 폐지로 건설업계와 중소 시공업계의 불합리한 하도급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중소기업의 산업기반 붕괴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밖에도 분리발주 발주제도 개선 및 폐지 주장은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표방하며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일부 공공 발주처에서 관계법령에 명시된 정보통신공사 등에 대한 분리발주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입찰질서 확립과 중소기업 육성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의 기본 책무를 도외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명시된 분리발주제도는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의 보호 및 육성을 위한 필수요소”라면서 “이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예외범위 축소를 통해 더욱 활성화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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