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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턴키·기술제안방식 입찰도 분리도급 엄격히 적용해야
[기획] 턴키·기술제안방식 입찰도 분리도급 엄격히 적용해야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9.05.22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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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 정착 해법은

③ 공공공사 입찰방식 문제점 분석

지자체 등 대다수 공공기관
턴키공사 통합발주 당연 시
관계법령에는 근거규정 없어

턴키 남발…각종 부작용 초래
대기업 공사 수주 독점 우려
담합·심의비리 문제도 살펴야

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제도의 건실한 토대를 다지기 위해 공공 시설공사의 불합리한 입찰방식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례로 턴키 및 기술제안입찰방식 적용을 구실로 관련규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정보통신공사를 분리도급하지 않는 것은 조속히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 일괄입찰도 분리도급 대상에 포함

공공 시설공사 계약의 근거가 되는 국가계약법령 및 지방계약법령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입찰에 부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설계와 시공을 나누어 발주하거나 각 공종별로 공사를 분리도급하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이 때 정보통신공사업법에 의한 정보통신공사는 건설공사 등 다른 공종의 공사와 분리해 입찰을 진행한다.

아울러 관계법령에서는 설계·시공일괄입찰 또는 기술제안입찰 방식도 허용하고 있다.

설계·시공일괄입찰은 공사의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공정을 1개 사업자가 이행토록 하는 방식으로 ‘턴키(Turn Key)’ 또는 ‘일괄입찰’로 불린다.

턴키는 말 그대로 열쇠(key)를 돌리면(Turn)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상태로 인도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공업체가 공사를 맡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지고 모든 것을 완수해 발주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턴키는 시공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말이지만 계약법령에 명시된 공식적인 조달용어는 아니다.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는 턴키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관련공사를 분리도급하지 않고 통합발주 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공공 발주처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관계법령에 대한 이해부족과 행정편의에 우선순위를 두는 그릇된 업무처리 방식에서 기인한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입찰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공공 발주처의 논리적 오류와 이에 대한 올바른 해석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일괄입찰은 모든 공종을 하나로 묶어서 발주하는 개념이 아니라 설계와 시공을 하나의 계약상대자에게 맡기는 방식일 뿐이라는 점이다.

국가계약법시행령 제75조제5호에는 ‘일괄입찰’이라 함은 정부가 제시하는 공사일괄입찰 기본계획 및 지침에 따라 입찰시에 그 공사의 설계서 기타 시공에 필요한 도면 및 서류를 작성해 입찰서와 함께 제출하는 설계·시공일괄입찰을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법령 어디에도 설계·시공일괄입찰이라고 해서 각각의 공종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공사로 발주하라는 규정은 명시되지 않았다.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관계자는 “턴키방식으로 공사를 집행하기 때문에 정보통신공사를 건설공사와 분리하지 않고 통합 발주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서 “관계법령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 입찰을 위한 다각적인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문제는 상당수 발주처 및 수요기관에서 턴키 및 기술제안입찰 방식을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적용하지 않고 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하면 턴키 및 기술제안입찰 방식은 분리도급(발주)제도가 없는 국가들 사이에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발주방식이다.

이에 입찰방식의 근본 취지에 맞게 상징성·예술성 등 창의성이 필요하거나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시설물에 대해 턴키 및 기술제안입찰을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공사협회 관계자는 “한 번의 입찰을 통해 대형건설사에 공사를 맡기면 발주자의 일도 줄고 시공품질도 좋아질 것이라는 발주처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턴키 및 기술제안입찰 방식을 남발하는 일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 분리도급 여부 검토 ‘허점투성이’

2017년 12월 개정돼 현재 적용되고 있는 국토교통부 고시 ‘대형공사 등의 일괄방법 심의기준’에 의하면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발주처에서 대형 시설공사의 입찰방법을 심의할 때는 분리발주 대상인 정보통신공사가 포함돼 있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

이 규정에 따라 발주기관에서는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나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 입찰방법에 관한 심의를 요청하기 전에 정보통신공사 분리도급 여부에 대해 검토하게 된다.

이와 관련, 최근 대규모 공공사업을 추진하는 발주기관에서 해당공사에 대해 검토한 내용을 살펴보면 턴키 및 기술제안입찰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입찰방식을 관념적으로만 추종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일례로 올 하반기 발주예정인 ‘수원시 의회 복합청사 건립공사’와 관련, 수원시는 정보통신공사 분리도급 여부를 검토하면서 전혀 타당하지 않은 의견을 제시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먼저, 수원시는 해당 공사의 분리도급 시 공종 간 협업기능이 저하돼 공정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무원의 사업관리능력이 부족해 분리도급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울러 해당공사를 분리도급 하는 경우에는 설계변경에 따라 공사비가 늘어나 발주처의 위험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수원시는 이 같은 3가지 이유를 들어 정보통신공사와 건설공사를 하나로 묶어 일괄발주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목포종합경기장 건립공사’를 집행하는 전라남도와 목포시의 경우 해당공사의 공기단축이 필요하기 일괄입찰 대상이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아가 일괄입찰로 공사를 집행하므로 정보통신공사를 분리도급 할 수 없다며 통합발주를 강행해 관련업계의 공분을 샀다. ‘대전 국제전시 컨벤션센터 건립공사’를 추진하는 대전광역시의 경우에도 엇비슷한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전시는 대전 국제전시 컨벤션센터가 연면적 3만㎡ 이상의 시설물이어서 기술제안입찰대상이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울러 기술제안입찰로 집행하기 때문에 정보통신공사를 분리도급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입찰 전문가들은 발주기관에서 정보통신공사의 분리도급 여부를 검토하는 경우 해당공사가 정보통신공사업법시행령 제25조에 규정된 ‘도급계약 분리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어떠한 특허공법이나 특수한 기술이 적용되는지, 특수한 기술이 하자책임구분을 명확하지 않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상세히 검토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턴키방식 적용을 이유로 일괄도급을 추진하는 발주자의 대부분은 해당공사가 ‘도급계약 분리의 예외’에 해당하는지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공정간 협조가 어려워 공기가 늘어난다는 등의 불합리한 이유로 분리도급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수원시의 검토 의견에서 보듯, 공무원의 사업관리 능력이 없어서 분리도급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규모 공공 시설공사의 입찰방법심의에 대한 법제처의 법령해석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제처는 지난 2016년 4월 정보통신공사 분리도급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보통신공사와 다른 공사를 일괄입찰 등의 방법으로 일괄도급 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법제처는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 역시 정보통신공사의 분리도급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정보통신공사와 다른 공사를 일괄입찰 등의 방법으로 집행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심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 과잉설계로 낙찰률 높아져  

턴키입찰이 유발할 수 있는 각종 부작용과 문제점을 면밀히 살피고 이에 대한 합리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0년 3월 턴키입찰이 대형건설업체의 수주 독점과 입찰담합, 심의비리 등의 문제점들을 불러올 수 있다며 관련제도의 개선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발주기관과 건설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턴키 및 대안입찰 방식을 적용하는 공사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주기관에서는 저가낙찰에 따른 부실공사에 대한 부담과 향후 감사 등을 우려해 턴키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대다수 발주기관에서 설계점수에 큰 비중을 둬 낙찰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건설업체의 불필요한 과잉설계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턴키 및 대안입찰에 따른 과잉설계가 평균적으로 예정가격의 94% 이상 높은 낙찰률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도 턴키입찰은 100%에 가까운 낙찰률을 보이고 있다. 조달청이 발표한 지난해 턴키입찰의 낙찰률은 99.6%에 이른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는 턴키입찰이 대형건설업체의 입찰담합과 수주독점을 야기해 시공업체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문제점을 낳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턴키 및 기술제안입찰방식은 설계비가 수십억 원에 달해 낙찰가능성이 높지 않으면 쉽게 참여하기 어렵다. 넉넉한 자금을 보유하지 못하고 종합적인 설계능력이 취약한 중소 시공업체의 경우 사실상 해당 입찰에 참가하기가 불가능한 셈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턴키공사의 경우 2~3개사만이 입찰에 참가해 업체 간 담합이 용이한 구조를 띠게 된다.

턴키입찰을 국가별 산업현장의 특성에 맞게 올바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경우 관련표준이 정립돼 있고 반복적인 시공이 이뤄지는 건축공사 등에 턴키입찰을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설계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공기를 단축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초대형 공사위주로 턴키입찰을 적용함으로써 공기단축 효과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설계와 시공의 연계를 통해 기술력을 높이는 효과에 대한 정량적인 연구결과가 전무하다는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정보통신공사협회 관계자는 “다양한 연구결과에 비춰볼 때 턴키 및 기술제안입찰방식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면서 “300억원이 넘는 대형공사라도 턴키 및 기술제안방식을 무분별하게 적용하는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턴키 및 기술제안방식으로 공사를 집행한다고 해서 정보통신공사를 분리도급 할 수 없고 전체사업을 하나의 입찰로 집행해야 한다는 발주기관의 인식 역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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