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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분리도급 예외규정 검토 없이 위법한 통합발주 강행
[기획]분리도급 예외규정 검토 없이 위법한 통합발주 강행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9.05.30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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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 정착 해법은

④ 대형공사 통합발주 문제점 진단

정보통신공사업법령 도외시
행정편의적 논리로 일괄입찰
중소시공업체 사업 참여 봉쇄

사업 역량 부족·공기 단축 등
논리적 정당성 지니기 어려워
통신공사협회, 행정심판 청구

대규모 공공 시설공사의 위법한 통합발주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당수 공공기관에서는 정보통신공사업법 등 관계법령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행정편의적 논리를 앞세워 주요 시설공사의 통합발주를 추진, 물의를 빚고 있다.

■ 대규모 시설공사 잇달아 통합발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규모 공공사업은 △수원시의회 복합청사 건립공사 △목포종합경기장 건립공사 △대전 국제전시 컨벤션센터 건립공사 등이다.

해당 공사를 집행하는 발주처에서는 정보통신공사를 분리도급하지 않고 통합발주 했거나, 일괄입찰을 추진하고 있어 관련업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수원시의회 복합청사는 연면적 2만7485㎡, 지상 10층 규모로 지어진다. 발주처인 수원시는 총 593억원의 예산을 투입, 오는 2022년까지 해당 공사를 완료할 방침이다.

경기도 건설기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수원시의회 복합청사 건립공사’를 설계·시공일괄입찰방식으로 집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지난달 23일 공고된 ‘목포종합경기장 건립공사’는 추정금액이 766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공종별 금액은 △건축공사 521억3276만원(68.06%) △조경공사 29억8452만원(3.90%) △정보통신공사 67억3428만원(8.79%) △전기공사 130억9000만원(17.09%) △전문소방시설공사16억5844만원(2.16%)이다.

목포종합경기장은 연면적 1만6100㎡,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다. 목포시는 2022년 5월까지 경기장 준공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공사 역시 설계·시공일괄입찰방식으로 집행된다. 지난 1월 31일 전라남도 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다.

지난달 11일 공고된 ‘대전 국제전시 컨벤션센터 건립공사’는 추정금액이 807억1937만원에 이른다. 공종별 금액은 △건축공사 635억6976만2000원(78.75%) △정보통신공사 23억6354만8000원(2.93%) △전기공사 97억4188만6000원(12.07%) △전문소방시설공사 50억4418만2000원(6.25%)이다.

대전 국제전시 컨벤션센터는 연면적 4만7701여㎡,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진다. 대전시는 이번 공사를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 방식으로 집행할 계획이며, 2021년 12월을 준공 목표시점으로 잡고 있다.

이들 공사가 지닌 공통적인 문제는 발주기관과 건설기술기술심의위원회에서 정보통신공사의 분리도급 예외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발주처의 편의성에만 초점을 맞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공사업법 제25조는 정보통신공사의 분리도급을 명시하고 있다. 단, 공사의 성질이나 기술관리상 분리해 도급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일괄도급이 허용된다.

이와 관련,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제25조는 크게 6가지 사항을 ‘도급계약 분리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첫째, 특허공법 등 특수한 기술에 의해 행해지는 터널·댐·교량 등 대형공사로서 분리해 도급계약을 체결해서는 하자책임구분이 명확하지 않거나 하나의 목적물을 완성할 수 없는 경우다.

둘째, 도로공사에 부수돼 그와 동시에 시공되는 정보통신 지하관로의 설비공사로서 분리해 도급계약을 체결해서는 하나의 목적물을 완성할 수 없는 경우다.

셋째, 천재지변·비상재해로 인한 긴급복구공사로서 분리해 도급계약을 체결하기 곤란한 경우가 해당된다.

넷째, 국방 및 국가안보 등과 관련해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공사로서 분리해 도급계약을 체결하기가 곤란한 경우다.

다섯째는 통신구설비공사로서 분리해 도급계약을 맺기가 곤란한 경우와 경미한 공사가 해당된다.

이 같은 예외사유에 해당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정보통신공사는 다른 공종의 공사와 반드시 분리해 도급해야 한다.

그렇지만 수원시와 목포시, 대전시는 대규모 시설물 건립을 추진하면서 정보통신공사 분리도급 예외규정을 검토하지 않았으며, 공기단축의 필요성 등 부적절한 이유를 들어 분리발주가 아닌 통합발주 방식으로 해당사업을 추진하는 오류를 범했다.

이로 인해 지역의 중소 시설공사업체는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원도급자 자격으로 사업에 참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목포종합경기장 조감도.
목포종합경기장 조감도.

■ 협업기능 저하 등 분리도급과 무관

발주처에서 최근 집행하는 대형공사가 분리도급 예외에 해당한다며 일괄입찰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공종간 협업기능 저하에 따른 공정 지연 △공무원의 사업관리 역량부족 △공사비 증가로 인한 발주처 위험 증대 △정보통신공사의 책임성 결여 △공기단축의 필요성 △공종간 공법상 조정과 관리의 필요성 등 크게 6가지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법적, 논리적 정당성을 갖기 어려우며 분리도급 예외사유로 볼 수 없다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여기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형 시설공사의 통합발주가 타당하다는 발주처의 주장과 이에 대한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공종 간 협업기능 저하로 공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주장에 여러 가지 논리적 오류가 발견된다.

정보통신공사업법시행령 제25조는 특수한 기술로 행해지는 대형공사로서 분리도급 시 하자책임 구분이 명확하지 않거나 하나의 목적물을 완성 할 수 없는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 한해 분리도급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즉, 공종 간의 협업기능 저하로 인한 공정지연의 문제는 분리도급의 예외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일괄도급 자체는 건설업체와 정보통신공사업체 및 전기공사업체의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가 아니며, 건설업체와 정보통신공사업체간 진행되는 공정간 협력과정에 불과하다.

아울러 건설관계법령에 따르면 건설사업관리자는 공정 조정·확인에 대한 권한을 지니고 있으며, 공정지연 방지를 위한 지연배상금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이에 비춰볼 때 공정지연이 우려돼 분리도급이 어렵다는 발주처의 주장은 설득력을 지니기 어렵다. 더불어 계약서에 의해 시공자별 시공범위와 책임구분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도 분리도급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둘째, 공무원의 사업관리 역량부족으로 분리도급이 곤란하다는 주장에도 논리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발주자의 기술능력이 부족한 경우 건설사업관리자와 건설사업관리용역 계약을 체결해 전문기술인력으로 하여금 발주자의 사업관리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면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다.

더욱이 지난해 발주된 2737건의 공공공사 중 단 3건(0.1%) 만이 일괄입찰방식으로 집행돼 정보통신공사가 건설공사와 통합발주 됐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

수원시 등 발주처의 주장대로라면 분리도급 된 2734건(99.9%)의 공사는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사업관리에 문제점이 생겨 공사수행에 큰 어려움이 뒤따랐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 대형공사, 공기단축효과 불분명

셋째, 분리도급 시 공사의 성능보장이 어렵고 공사비 증액으로 발주처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점이 발견된다.

먼저 분리도급 시 낙찰자결정방법(적격심사제)이나 일괄도급 시 낙찰자결정방법(일괄입찰 또는 기술제안입찰) 모두 가격점수를 낙찰자 선정기준에 반영하고 있다.

이에 분리도급은 가격경쟁에 따른 ‘운찰제’ 성격이 강해 공사의 성능을 제대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사실에 맞지 않다.

또한 불가피하게 설계변경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여유 예산 범위 내에서 설계변경 내용을 반영한 시공이 가능하다. 이에 분리도급으로 인해 공사비가 늘어나고 발주처의 위험이 커진다는 주장 역시 타당하지 않다.

넷째, 정보통신공사의 경우 해당 공사의 감리자가 품질·안전관리 업무를 지원해 제도적으로 미흡하며, 책임성이 결여돼 있다는 주장에도 논리적 허점이 드러난다.

우선 건설공사의 품질을 관리하는 건설기술자는 정보통신공사나 전기공사분야의 기술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이에 공사를 일괄도급 한다고 해서 건설공사 품질관리자가 정보통신공사의 품질까지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령은 공사규모에 따라 안전관리자를 배치하고, 120억원 미만 공사의 경우 안전관리 전문지도기관과 기술지도계약을 맺어 안전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분리도급 또는 일괄도급과 무관하며 공사의 종류와도 연관성을 지니지 않는다.

더불어, 정보통신공사든 건설공사든 시공자는 계약서에 따라 소정의 공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며 현장대리인의 기술관리와 감리원의 품질관리로 시공자의 책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다섯째, 공기단축을 위해 일괄발주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먼저 공기단축의 필요성은 일괄입찰을 집행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지만 정보통신공사가 분리도급대상인지 여부를 별도로 검토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또한 종합경기장 등의 대형공사는 새로운 설계에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일괄입찰을 통한 공기단축효과가 분명하지 않다.

더불어 설계와 시공을 병행해 공기를 단축시킬 수 있는 효과는 건설공종에서만 나타나며, 설계가 완료된 후 시공이 가능한 정보통신공사에서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여섯째, 공종 간 공법상 조정과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도 논리적 오류를 지니고 있다.

일부 발주처에서는 종합경기장 등은 구조의 안정과 피난 등을 고려해야 하는 다중이용시설로서 공종 간 공법상 조정과 관리가 필요해 일괄입찰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분리도급 된 공공건축물의 정보통신설비의 시공품질에 문제가 생겨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 사례는 발견된 적이 없다.

또한 해당 건축물의 구조적인 안정과 이용자의 피난과 관련한 문제는 건설공사의 하자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편, 수원시의회 복합청사 건립공사의 경우 일괄입찰방식으로 집행하는 게 관련고시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 고시 ‘대형공사 등의 입찰방법 심의기준’은 연면적 3만㎡ 이상인 공용청사와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3만㎡ 이상(막구조, 돔구조는 바닥면적 1만㎡ 이상)인 다중이용건축물 등을 일괄·대안입찰방법 심의대상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수원시 의회복합청사는 연면적 2만7485㎡, 지상 10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어서 일괄입찰 심의대상 시설이 아니다. 그렇지만 지방건설기술심의원회에서 일괄입찰 방식으로 해당 공사를 집행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관계자는 “정보통신공사업법령에서 정보통신공사의 분리도급을 강행규정으로 명시한 취지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관계법령에 어긋나는데도 업무편의를 도모하거나 대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부당한 일괄입찰을 강행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규모 시설공사를 집행하는 발주기관은 물론 입찰방법을 심의하는 중앙·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 등은 정보통신공사업법시행령 제25조에 따라 해당공사가 분리도급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보통신공사협회는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가 정보통신공사의 분리도급 예외 여부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지난 3월 27일 경기도지사 및 전라남도지사가 각각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입찰방법 심의결과 공고를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행정심판과 입찰정지 신청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관계법령과 법제처의 법령해석에 따라 합리적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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