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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네트워크 슬라이싱 두고 "초저지연망에 유리" vs "망중립성 고수"
[분석] 네트워크 슬라이싱 두고 "초저지연망에 유리" vs "망중립성 고수"
  • 박광하 기자
  • 승인 2019.06.02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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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별 특화망 구성·관리 용이
특혜·차별 논란에 적용 보류키로

5G 이동통신 상용화 이후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들이 요구하는 통신 품질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망중립성 원칙'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이 기술이 쉽게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트워크 이용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망중립성 원칙과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양립할 수는 없을까.

 

■네트워크 슬라이싱 왜 필요한가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이란 하나의 물리적 코어 네트워크를 여러 독립적 가상 네트워크로 나눈 다음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코어 네트워크는 통신 네트워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고객인증이나 데이터전송 등 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한 근간의 일들을 수행한다. 고객이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코어 네트워크를 거쳐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진정한 5G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코어 네트워크응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게 필수적이다.

데이터 전송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고용량의 서비스들을 하나의 물리적인 네트워크로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간 코어 네트워크 혁신은 5G 진화를 위해 풀어야 할 난제로 지목됐다.

예를 들어 온도, 습도, 강우량 등을 측정하는 고정형 센서들이 이통망에 연결되는 대규모 사물인터넷(Massive IoT) 서비스의 경우에는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를 끊김 없이 연결해주는 핸드오버(Hand over) 같은 기능이 그다지 필요 없다. 또한 이 같은 부가적인 기능을 제외할수록 소비 전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운용·관리 면에서 유리하다.

초저지연 네트워크가 필수적인 경우도 있다.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일반적인 음성통화의 경우 통신 지연은 짧을수록 유리하지만 약간 늦어진다고 해서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반면 고속으로 달리는 자율주행차나 정밀하고 정확한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의료용 원격 로봇의 경우 예상보다 지연이 길게 발생하면 이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분야에서는 통신의 초저지연성이 보장돼야 한다. 5G 네트워크의 경우에는 1㎳(1000분의 1초)를 초지연성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렇듯 서비스마다 다양한 환경·성능의 네트워크가 요구된다. 하지만 하나의 코어 네트워크로 이 같은 수요를 모두 만족시키기란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게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이다. 다양한 성격의 가상 네트워크를 여럿 만든 다음 필요에 따라 제공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이용하면 위에 언급한 대규모 사물인터넷망도, 초저지연망도 하나의 코어 네트워크로 구현할 수 있다. 즉, 별도로 코어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통신사 입장에서는 관리·운용 면에서 이점을 갖는다.

 

■'차별없는 망 이용'과 조화 필요해

정보통신업계에서는 5G 활성화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입이 늦어질 경우 4차산업혁명의 근간부터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갖고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서비스별 특성을 충족하는 별개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시설 중복 투자는 물론 관리 포인트 증가로 인해 서비스 품질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업계 주장과 대립하는 건 '망중립성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적용된 이후 통신사들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는 높은 가격을 적용하고 해외 대기업이나 통신사 자회사는 우대할 수 있다는 게 네트워크 슬라이싱 적용 반대 진영의 주된 이유다.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 및 정부가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하며 사용자, 정보 내용, 플랫폼, 장비, 전송 방식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 원칙은 사업자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특정 이용자나 서비스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가 불합리하게 통신 트래픽을 차별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다.

'5G 통신정책협의회'가 망중립성 원칙을 고려해 네트워크 적용 결정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자칫 이번 결정으로 5G 이동통신 산업의 선두를 다른 나라들에게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허용하는 추세다. 미국은 지난해 망중립성을 폐기해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도입의 물꼬를 텄다. 유럽이나 일본은 망중립성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합리적 관리에 대해서는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망중립성과 네트워크 슬라이싱의 조화는 가능할까. 기술자들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은 서비스별 최고·최저속도 보장 등의 속도제어(QoS) 기능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별 원활한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네트워크의 통신 품질을 적정 수준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망중립성을 완화한다면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망중립성의 절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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