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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비상방송설비 성능개선 대책’ 문제없나
[기획] ‘비상방송설비 성능개선 대책’ 문제없나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9.06.18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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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소방·일반방송 겸용…명확한 보완지침 필요

상당수 기축건물 설비 취약
연내 개선조치 모두 마쳐야

업계 “일률적 적용은 무리”
아파트 등 비용부담도 고민

특허보유 업체만 이득 볼 것
일각선 우려의 목소리 높여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방송설비를 설치한 건물은 올해 말까지 해당설비의 성능을 관련규정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 소방청은 화재 시 비상방송설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 1월 이 같은 대책을 마련했다.

지역 소방관서로부터 정부 방침을 전달받은 일선 현장에서는 다소 당혹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방침의 기본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성능보완 작업을 위해 풀어야할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 화재 시 비상방송설비 ‘먹통’ 우려

비상방송설비는 화재 등 위험상황 발생 시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한 대피를 돕기 위한 핵심시설로 꼽힌다.

소방관계법령에 따르면 연면적이 3500㎡ 이상이거나 지하층을 제외한 층수가 11층 이상인 건축물에는 반드시 비상방송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지하 3층 이상 건축물도 비상방송설비 설치대상이 된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비상방송설비가 설치된 공동주택, 복합건축물, 공장, 교육연구시설, 근린생활시설, 업무시설 등의 건축물은 전국적으로 총 6만9398곳에 이른다.

문제는 기축건물에 설치된 상당수 비상방송설비가 화재 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상방송 기능이 떨어지거나 아예 먹통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이렇다. 화재로 비상방송설비의 배선에 단락(합선)이 발생하면 과전류가 생긴다. 이 때 앰프(증폭기) 손상방지를 위해 설치된 보호차단기가 작동하는데 이는 비상방송설비의 작동을 가로막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소방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비상방송설비 성능문제가 핵심이슈로 떠올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한정 의원은 “단선·단락 시 아파트 등 고층건물의 화재대피용 경보방송이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유사 시 다른 층으로 위험상황을 알리는 데 지장이 없도록 시스템 상의 하자와 결함을 개선하고, 시공 및 감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방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1월 ‘비상방송설비 성능개선을 위한 종합대책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기축건물의 비상방송설비가 하자보수 보증기간(2년) 이내에 설치된 경우 공사업자에게 연락해 성능을 보완하도록 했다.

더불어 소방청은 종합정밀점검‧작동기능 점검을 통한 자체점검방법을 제시했다. 소방시설관리업체(소방시설관리사) 및 소방안전관리자 등을 통해 비상방송설비의 성능이 관련규정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소방청 고시인 ‘비상방송설비의 화재안전기준(NFSC 202)’ 제5조 1호에 따르면, 화재로 인해 하나의 층의 확성기 또는 배선이 단락(합선) 또는 단선되더라도 다른 층으로 화재를 통보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기축건물의 비상방송설비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는 올해 12월 31일까지 해당설비의 성능개선을 모두 마쳐야 한다.

아울러 소방청은 신축건물에 대해서는 소방시설공사업법과 화재안전기준에 맞게 비상방송설비를 설계 및 시공, 감리하도록 하고 관련규정을 어긴 경우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화재 시 비상방송설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개선대책을 마련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통신설비 점검 모습.
소방청이 화재 시 비상방송설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개선대책을 마련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통신설비 점검 모습.

■ 겸용설비는 착공신고 대상서 제외

하지만 정부 대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축건물에 설치된 비상방송설비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설치, 운영되고 있어 정부 지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선 현장에 설치된 비상방송설비의 대부분이 소방용과 일반방송용으로 함께 쓰이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비상방송설비에 대한 시공 및 성능보완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에 관한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현행 소방시설공사업법 시행령은 비상방송설비를 소방시설공사의 착공신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소방용 외에 다른 용도로 함께 쓰이는 비상방송설비를 정보통신공사업자가 시공하는 경우에는 착공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쉽게 풀어보자면, 비상방송설비를 소방용으로만 설치한 경우 이에 대한 성능보완은 소방시설업자에게 맡기면 된다.

그렇지만 비상방송설비를 일반방송설비와 함께 쓸 목적으로 설치한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소방시설업자에게 성능보완 작업을 맡겨야 할지, 정보통신공사업자에게 맡겨야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비상방송설비 성능보완에 소요되는 건축물 관리자 등의 비용부담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에서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비상방송설비 성능보완 조치를 올해 안에 이행하기 어려울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들을 종합해볼 때 비상방송설비 성능보완 조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더욱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소방시설업자와 정보통신공사업자간 긴밀한 협력도 요구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축건물은 비상방송설비를 관련규정에 맞게 설치하도록 엄격히 관리하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기축건물의 경우 비상방송설비 성능개선 및 유지보수 조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상방송설비 성능개선을 둘러싼 일선 현장의 갖가지 고민을 해소해야만 당초의 정책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4개 방안은 특허와 연관

한편, 소방청은 비상방송설비 성능보완에 관한 6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하나를 선택해 개선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이 중 4가지 방안은 특정 특허기술을 적용토록 하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특정기술을 보유한 업체에게만 이득을 안겨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소방청이 제시한 유형별 6가지 성능개선 방안은 첫째, 각 층에 배선용차단기(퓨즈)를 설치하는 것이다. 소요비용이 적고 단순기술로도 개선이 가능하지만 퓨즈에 이상이 생겼을 때 각층의 중계기함을 모두 확인해야 하는 게 단점이다.

두 번째 방법은 각 층마다 앰프 또는 다채널앰프를 적용토록 하는 것이다. 별도의 퓨즈가 불필요하지만 앰프 추가설치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뒤따른다.

세 번째 방법은 각 층 소방중계기함에 단락신호 검출장치를 설치하는 것이다. 표시등으로 비상방송설비의 작동상태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네 번째 방법은 각 동 소방중계기함 또는 통신단자함에 폴리스위치를 이용한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다. 4~32채널의 단락‧단선을 감지해 조치할 수 있고 표시등으로 비상방송설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다섯 번째 방법은 관리실 또는 각 동 통신단자함에 RX방식 리시버를 설치하는 것이다. 관리실 PC의 프로그램을 통해 비상방송설비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여섯 번째 방법은 관리실 방송랙에 이상부하컨트롤러를 설치하는 것이다. 앰프를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중 △단락신호 검출장치 설치 △폴리스 스위치 이용 시스템 설치 △RX방식 리시버 설치 △이상부하컨트롤러 설치 등에 관한 방법은 특정 특허기술과 연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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