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4%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생산·소비·투자·수출·고용 등 경제활동의 모든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퀸튜플(quintuple·5중) 부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건설경기도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 건설기성은 –5.6%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2월 이후 1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온 나라가 경제라는 뇌관을 밟으며 어둠 속에서 행군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고지를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천리행군에 나선 병사의 숙명이다.
병사의 절박한 심정이었을까. 아니면 경영의 고달픔에 지친 기업인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열린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에서 경제도약의 새 지향점을 제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2030년 제조업 세계 4강을 목표로 국민소득 4만 불 시대를 열겠다”며 “우리 산업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꾸겠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구조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산업생태계를 위험 회피형에서 도전과 축적형으로, 투자전략을 자본 투입에서 사람·기술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없어져야 할 산업은 없으며, 혁신해야 할 산업만 있을 뿐”이라며 “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네상스가 필요한 곳이 어디 제조업뿐이랴. 성장엔진이 차갑게 식고 있는 정보통신산업 역시 새로운 도약을, 진정한 르네상스를 갈망하고 있다.
업종이 달라도 르네상스를 이루기 위한 기본공식은 엇비슷하다. 정보통신산업, 제조업 모두 경제의 부분집합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현 가능한 액션플랜을 만들어 내는 전략적 사고가 절실하다.
과거 성공의 경험칙에만 의존해서는 위기 탈출의 해법을 찾기 힘들다. 한국 경제를 고도성장의 반열 위에 올려놓았던 성공의 방정식들이 흔들리거나 사라지고 있는 까닭이다. 단기성과 위주의 신산업 육성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위험을 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담대함도 필수적이다. 그러면서 실패의 교훈과 성공의 노하우를 함께 축적해야만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할 수 있다.
너무 어렵고 막연한가. 잘 알고 있는 것, 당장 할 수 있는 것, 꼭 해야 하는 것부터 해보자. 고지에 당도하기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해야 하는 병사의 투혼으로.
미식축구 구단을 이끄는 감독과 선수들의 분투를 그린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Any Given Sunday)’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감독 역할을 맡은 알파치노는 마지막 경기 시작 3분을 앞두고 선수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공을 잡을 수 없지. 한번에 1인치(inch)씩 가는 거야. 내가 살아 있다는 건 그 1인치를 위해 싸우고 죽을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이지.”
인생은 1인치 게임이다. 어찌 보면 경제도 그러하다. 매일 1인치씩 앞으로 가는 기업만이, 1인치의 전략적 사고를 하는 경영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