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5:12 (금)
[전문가기고] 직지심경과 배달의 민족
[전문가기고] 직지심경과 배달의 민족
  • 이길주 기자
  • 승인 2019.07.04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성민 배화여자대학교 교수

과연 훌륭한 정보통신기술(ICT)은 무엇일까?

남들보다 먼저 만들어 내고 남다른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훌륭한 기술일까?

페이스북은 기능과 외관만 봤을 때 너무도 단순하고 불편한 데다 보기에 따라 디자인은 촌스러울 수 있지만 전 세계 1등 SNS이다.

페이스보다 훨씬 앞서 SNS를 시작한 우리나라의 싸이월드는 여러 기능적, 디자인적 측면에서 페이스북 보다 앞섰지만 왜 몰락하게 되었을까?

그 답을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경'과 독일의 쿠텐베르크의 금속 활자본에서 찾을 수 있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우리의 직지심경은 독일의 쿠텐베르크 보다 78년이나 앞서 만들어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유럽의 그것보다 뛰어나다"고 우리 한국인들은 이야기 한다.

하지만 안타깝고 냉정하게도 직지심경이 세계 최초였다고 해도 단순 기술적인 빠름 이외에는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왜냐하면 직지심경이 고려 사회, 문화, 역사에 끼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글을 쓰는 것을 하나의 정신 수양이자 예술 작품으로 생각했던 우리 선조들은 금속활자로 책을 마구 찍어 내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이에 반해 78년 후의 유럽에서는 카톨릭 교황청이 돈을 받고 죄를 사해주는 면죄부가 판매되었고 이에 격분한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냈다.

이는 쿠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통해 빠르게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가 종교 개혁의 시발점이 되었다.

당시 유럽에서 비싸고 구하기 힘들었던 책은 쿠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덕에 대량으로 저렴하게 발간되어 일반 시민들이 책을 읽고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성직자만이 보유하고 읽을 수 있었던 성경은 일반 대중에게로 확산되면서 부패한 성직자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했던 성경의 내용이 사실과 다름을 알게 되는 인류사의 대혁명을 맞게 되었다.

결국 기술의 우월성과 남보다 빠른 기술 도입이 세계 최고, 시장의 1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해당 기술이 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가 핵심이다.

대한민국 국민 배달앱 '배달의 민족'이 6월부터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IT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1등 배달앱 회사의 눈에는 베트남 배달앱들의 기능과 디자인이 한심한 수준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배민을 베트남 식으로 바꾸기만 해도 9500만 인구의 베트남 시장을 단숨에 빼앗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시장이다.

세계 최고의 카헤일링 서비스 업체인 우버가 그랩에게 밀려 철수한 시장이다. 그리고 현재 그랩의 기능은 단순히 차량 호출하는 기능 외에도 결제, 리워드 뿐 아니라 배달서비스를 이미 작년부터 시작하고 있다.

1가지 기능을 가진 배민과 11가지 기능을 가진 그랩 중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주목해 볼 만 하다.

배민의 IT 기술의 우월성이 아닌 배민다움이 베트남에 어떤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지, 베트남 소비자의 소비문화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고민하시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3-29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