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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원하는 제품 국산화해 방송·음향장비시장 개척”
“소비자 원하는 제품 국산화해 방송·음향장비시장 개척”
  • 박광하 기자
  • 승인 2019.07.22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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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한대현 대경바스컴 회장
진공관 시절부터 개발·제조
무선마이크 제도 개선 나서
길 없으면 닦으며 나가야
고객 요구 부응에 역점

국내 제조업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제조업계가 느끼는 부담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여기에 낮은 생산원가를 무기로 앞세운 중국산 제품들이 시장에서 범람하다 보니 'Made in Korea' 제품을 찾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방송·음향장비 전문기업 대경바스컴이 제품 국산화를 통해 공공·민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어 화제다. 한대현 대경바스컴 회장은 자사 제품을 '설계부터 조립까지' 한국에서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력 토대로 국산화 결심

대경바스컴 회장실 탁자 앞에는 회의용 장비의 디자인 도안이 여럿 놓여있다. 한 회장은 도안을 수시로 살펴보면서 어떤 디자인을 채용해야 고객들이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도안을 분석하며 장비에 터치스크린 기능을 도입하고, 영상회의 기능을 추가하는 등 차기 제품의 컨셉을 구상했다.

회장실은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창조하는 연구소이기도 했다.

한 회장은 자신이 전자산업에 뛰어든 1968년을 회상했다. 20대 청년이었던 그는 청계천 전자시장의 한 도매업체에 취업했다.

당시에는 해외에서 수입한 진공관식 라디오가 주로 유통·판매됐고, 이후 트렌지스터 제품으로 시장이 전환됐을 때도 외산 장비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외산 우위의 시장 속에서도 우리나라 기술자들은 PCB 보드, 목재 케이스, 스피커 킷트 등의 반제품을 만들며 설계·제조 역량을 키워갔다.

한 회장은 '우리도 이제 기술력을 갖고 있으니 국산화를 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창업을 결심했다. 1975년의 일이다.

대경바스컴의 방송·음향장비 국산화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길이 없으면 닦으며 가라

무선마이크는 오늘날 곳곳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제품이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시중에서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제품이었다.

당시 한 회장은 이 무선마이크에 주목했다. 무선이 갖고 있는 편리성이 시장에서 인정받을 것이고, 그럴수록 판매량 또한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는 오디오 FM 튜너를 만들던 경험을 바탕으로 1년이란 개발기간을 거쳐 RF 부품 개발에 성공, 국산 무선마이크를 시장에 선보였다.

이를 통해 파나소닉이나 맥슨 등 외산 일색의 시장에 변화가 일었다.

그런데 한 회장이 무선마이크 제조를 시작하던 당시엔 이 제품을 위한 전파법 관련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무선마이크를 제조·유통하면 위법행위가 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그는 우선 정보통신부 전파 관리 담당자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그 공무원은 무선기기를 간첩이 악용할 수 있다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며 제도 개선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침 1993년에 행정쇄신위원회가 발족했다. 누구든지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하면 심의를 거친 뒤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된 것이다.

한 회장은 무선마이크를 제조·유통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위원회를 찾았다. 그리고 무선마이크에 대한 자료집을 만들어 제출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위원회는 정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고, 이후 무선 마이크 관련 규정이 신설됐다.

 

■제조업 위기라지만 돌파구 있어

한 회장이 보는 국내 제조업은 위기상황이다. 그는 방송장비 케이스 금형을 사례로 들었다.

"중국은 사출만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가 여럿 있는데 이들은 해외 제품을 참고·모방해 다양한 디자인 시안을 만들어서 자국 제조업체들에게 건네준다. 그걸 채용하는 업체는 금형값을 아낄 수 있으니 생산원가 절감이란 이점을 갖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현재 국내에서 방송장비를 직접 생산하는 업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고 그는 설명한다.

반면 45년 동안 노하우를 축적해 온 대경바스컴은 금형 제작을 직접 하고 있다. 또한 영상·음향분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 제품 개발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한 회장은 자사 예산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장비 시장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경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제조된 장비 기능을 사용하던 수동적인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기능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중국 등 외산 제품들은 한국 시장의 요구에 발 맞추기 어렵다"며 "아울러 단순히 부품을 수입·조립해 판매하는 수준의 국내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대경바스컴은 보유한 연구개발·기술 인력을 통해 이런 요구를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평했다.

결국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기업·제품이 시장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제조업 육성은 미래를 위한 투자

한 회장은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연구인력 유출 등의 리스크 때문에 요즘은 직접 제조업을 하려는 기업인들이 줄고 있다고 말한다. 저가로 쏟아지는 중국산 제품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게 어려운 국내 사정도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의 산업이 중국의 제조업에 종속되는 길을 걸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기술자 양성이 불가능해져 해외 의존도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라고 봤다.

해결책은 없을까. 그는 "국내 제조업 육성과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고 힘있게 말한다.  불이(不二)의 철학이다.

대경바스컴은 1995년부터 서울지역 청소년 학생을 대상으로 생활·교육용품 구입비를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매해 10여명의 학생이 1200만원의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 누적된 장학금 규모는 어느덧 3억원에 달한다.

한 회장은 국내 제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단순히 부품 조립만 하는 기업과 개발·설계 인력과 설비를 갖춘 기업을 구별해 등급을 다르게 부여하고, 조달시장에서 높은 등급의 기업에게 혜택을 준다면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 회장은 "우리나라 제조업이 실종된 이후, 중국이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공급을 제한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었다. 이 물음은 대한민국에 던지는 화두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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