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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고출력 전자기파 'EMP' 대비책 시급
[기획] 고출력 전자기파 'EMP' 대비책 시급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9.07.25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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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기기로도 막대한 피해 초래 우려

전자시스템 파괴·통신장비 오작동 유발
초연결 사회선 국가재난수준 손실 우려

국내 기술·민간 인식 등은 걸음마 단계
실효성 있는 대응 위해 법적 기틀 갖춰야

지난 1962년 7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갑자기 라디오 방송이 중단되고 통신망이 두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가로등이 꺼져 거리가 온통 어둠에 휩싸이는가 하면 교통신호등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큰 혼란에 빠졌지만, 사태의 정확한 원인을 곧바로 알기는 어려웠다.

■ EMP에 대한 이해

추후 미 정부 당국의 다각적인 조사를 통해 사태의 실체가 드러났다. 대규모 핵실험에 따른 고출력 전자기파(EMP, Electromagnetic Pulse)가 문제의 원인으로 밝혀진 것.

당시 핵실험은 태평양 존스턴 에톨 상공 400㎞에서 이뤄졌다. 호놀룰루에서 1445km나 떨어진 곳이었는데 300kt급 핵이 폭발하면서 강한 EMP가 생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사태를 계기로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에서는 EMP의 위력과 파급효과, 사회적 파장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EMP는 테러와 같은 극단적 상황뿐만 아니라 태양흑점 폭발 등 자연현상을 포함한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

EMP는 전기·전자시스템을 일시에 파괴시키거나 통신장비의 오작동을 유발한다. 나아가 국내 정보통신 기반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EMP는 크게 핵EMP와 비핵EMP로 구분된다. 핵EMP는 핵폭발 시 방출되는 대규모 전자기파에 따라 발생하며, 비핵EMP는 핵폭발 없이 화학적·기계적 장치를 통해 생성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휴대가 가능한 소형 마이크로파 장치 등을 이용해 EMP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악용하면 특정 국가나 지역에 큰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비핵EMP에 의해 엄청한 피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다방면에서 활용하는 현대사회에서 EMP로 인한 피해는 치명적이고 광범위하게 야기될 수 있어 국가차원에서 선제적인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격 도래에 따라 사물인터넷(IoT) 등 ICT인프라를 매개로 모든 사람과 사물이 하나로 이어지는 초연결사회로 진화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연결사회는 사회기반시설과 개인·가정의 IoT기기에 이르기까지 경제·사회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첨단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을 지닌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EMP와 같은 예상치 못한 위험요인으로 인해 경제·사회의 유기적 연결시스템이 한순간에 붕괴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또한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는 초연결사회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서울 도심 통신구 한 곳의 화재가 통신서비스와 금융시스템을 일순간에 마비시키는 등 심각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 것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표창균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산업정책실장은 “초연결 사회로 전환되는 시점에 EMP 침해가 발생할 경우 핵심기반시설의 기능이 마비되고 정보통신기자재가 크게 손상되는 등 국가재난 수준의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 정세나 남북 관계와는 별개로 EMP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 등에 비추어 핵 EMP의 위협이 크지 않더라도, 비핵EMP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 법·제도적 기틀 마련 급선무

이러한 위급성과 중대성에 비해 EMP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비는 기술·산업·민간의 인식 등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EMP 방호가 군 또는 일부 공공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민간분야의 EMP 대비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EMP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해 무엇보다 공고한 법·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EMP 관련 법·제도 현황을 살펴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장하는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은 EMP를 전자적 침해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해당법령은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 보호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전파법은 EMP에 대한 방호차폐시설 또는 장비보호시설에 대한 안전평가 기준 및 대책마련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소관의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적 침해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침해사고 발생 시 금융위원회에 통보하고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며,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회사 및 전자금융업자의 조치를 의무화한 게 법률의 핵심 내용이다.

짚어야 할 문제는 관계법령에 규정된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열린 ‘EMP 방호포럼 창립총회 및 기념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EMP 관계법령 정립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김지훈 한국법제연구원 실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반보호법·전파법·정보통신망법 등 다양한 법률에서 EMP 대응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고 있으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미흡해 종합적·체계적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보통신기반보호법에 바탕을 두고 EMP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기적인 EMP 대응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종합적인 컨트롤타워의 기본대응전략을 바탕으로 통신·금융·전력 등 개별분야에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는 EMP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계법령 개정에 힘을 쏟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송희경 의원은 지난해 11월 26일 EMP 방호기술 개발을 위한 근거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정보통신기반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송 의원은 “정부가 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한 EMP 방호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나,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손금주 의원은 올해 3월 22일 정보통신기반시설 취약점 분석 및 평가에 관한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기반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법령에 따라 실시하는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한 정기적 분석·평가만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전자적 침해행위에 대한 대응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게 손 의원의 지적이다.

이에 손 의원은 법령 개정안에서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해당시설의 취약점을 분석·평가할 것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 EMP 방호설비 시공품질 높여야

EMP 방호설비는 정보통신공사업과도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EMP 방호설비 공사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공사가 정보통신공사의 공종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공사의 종류(별표1)’는 EMP와 유사한 잡음·전자파(EMI·EMC·EMS 등을 포함한다) 방지설비 등의 공사를 정보통신전용 전기시설 설비공사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EMP 방호설비 시공기술에 대한 품질 제고, 시공능력에 대한 개선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공사업체의 경우 EMP 방호설비 구축에 대한 설계기준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EMP 방호설비의 요구성능 및 시공절차, 시험방법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부단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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