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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전화위복' 굳은 토대 다지려면
[창가에서]'전화위복' 굳은 토대 다지려면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9.08.08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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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빠졌다. 일본과의 무역 갈등이 난마처럼 얽혀있는데, 금융·외환시장까지 불안하다. 복합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총력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한 충격파가 크다.

오는 28일부터 식품과 목재를 제외하고 일본에서 1100여개 품목을 수입하려면 매번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일본산 소재·부품·장비로 중간재와 자본재를 생산해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중 상당수가 수소전기차 등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산업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통해 우리 핵심 산업과 경제의 목줄을 쥐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일본의 강공 드라이브에 맞서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은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에 방점을 찍고 있다.

100대 핵심 전략품목의 안정적 공급을 꾀하고 소재·부품·장비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들도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삼성의 경우 5일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어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방안과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도약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대책과 주요 기업 비상경영의 공통분모는 '전화위복'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당장은 큰 시련이 되겠지만, 대일 기술종속에서 벗어나 제조업 혁신을 도모하고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화위복의 굳은 토대를 다지려면 산업구조 재편과 기초기술 개발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긴 호흡과 거시적 안목으로 중장기적 정책 추진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기초 소재·부품산업 육성은 단기간에 이루기 힘든 고난도 과제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원동력도 대규모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1980년대 초 우리나라와 선진국 간 반도체 기술격차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컸다.

그렇지만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신기술 개발에 매진함으로써 선진기업을 단숨에 따라잡는 신화를 썼다.

특히 삼성은 1990년 세계 최초로 16M D램을 개발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거센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삼성 반도체 개발의 주역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마라톤에서 꼴지로 달리던 선수가 갑자기 막판 스퍼트를 내 순식간에 선두를 차지한 것과 같았다"고 회고했다.

삼성의 반도체 신화처럼 우리나라가 시계 제로의 위기를 극복하고 소재·부품 등 기초산업 분야에서 다시한번 세계를 놀라게 하기를 소망한다.

"기회는 도전하는 사람을 기다린다"는 경구가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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