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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록음악 속 펼쳐지는 나와의 뜨거운 ‘화해’
시원한 록음악 속 펼쳐지는 나와의 뜨거운 ‘화해’
  • 최아름 기자
  • 승인 2019.09.16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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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뮤지컬 ‘헤드윅’

비행기 속 우연으로 탄생한
국내 최고 스테디셀러 공연

트랜스젠더 기구한 인생
음악과 이야기에 동화돼
[사진=오디컴퍼니]
[사진=오디컴퍼니]

올해로 국내 공연 15년째를 맞이하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뮤지컬이 있다.

바로 뮤지컬 ‘헤드윅’이다.

강렬하고도 스타일리시한 록 음악과 독특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로 2005년 초연 이래 누적 공연 횟수 2298회, 누적 관객 수 55만 명을 기록했다.

조승우, 윤도현, 조정석, 유연석 등 국내 굴지의 배우들이 거쳐간, 공연이 끝나도 기립박수를 치며 자리를 떠날 수 없는 이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번 시즌 헤드윅에는 오만석과 윤소호, 전동석이 캐스팅돼 열연을 펼치고 있으며, 이달부터는 마이클리와 이규형이 합류한다.

 

■독특한 우연으로 탄생한 ‘헤드윅’

헤드윅의 이야기는 독특한 우연에서부터 시작된다.

극작가인 존 카메론 미첼과 작곡가인 스티븐 트래스크는 우연히 비행기 옆좌석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공감대를 형성한 이들은 록음악과 미첼의 경험에서 나온 독백을 결합한 공연을 구상한다. 1994년 뉴욕 맨해튼에서 첫 공연을 한 헤드윅의 주인공 헤드윅은 바로 대본을 쓴 미첼이였으며, 헤드윅의 밴드 ‘앵그리 인치’의 리더 역할을 맡은 이는 다름 아닌 트래스크였다.

 

■트랜스젠더의 노래와 삶 관객 ‘몰입’

이야기는 미국 뉴욕의 한 허름한 극장에서 열리는 록밴드의 콘서트장에서 시작된다. 밴드의 이름은 ‘앵그리 인치(Angry Inch)’, 헤드윅의 ‘아픔’이 담긴 이름이다.

헤드윅은 매우 요란하게 등장한다. 긴 금발머리에 킬힐, 핫팬츠를 입고 극장 뒷편에서부터 관객들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입장한다. 관객들은 그대로 록콘서트의 관객이 돼 헤드윅이 털어놓는 인생 이야기와 노래에 빠져들게 된다.

베를린 장벽이 올랐을 무렵의 동독에서 군인 아버지의 학대와 어머니의 냉대 속에서 외로이 자란 한셀은 미국 라디오 방송을 통해 데이빗 보위, 루 리드 등의 록음악을 ‘오븐 속에서’ 듣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미군 병사 루터는 달콤한 사탕과 곰젤리를 내밀며 그에게 ‘여자가 되는’ 조건으로 미국에 데려갈 것을 제의한다. 한셀은 엄마의 이름인 ‘헤드윅’으로 이름을 바꾸고 성전환 수술을 받지만, 수술은 실패하고 미국으로 온 헤드윅은 루터에게 버림받는다. 트레일러 하우스에서 소일거리로 연명하던 헤드윅은 음악을 통해 새출발을 꿈꾸고 록밴드 '앵그리 인치(Angry Inch)'를 조직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름의 의미는 공연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진=오디컴퍼니]
[사진=오디컴퍼니]

■마지막 20분 공연, 열광의 콘서트

뮤지컬 ‘헤드윅’의 주제가 되는 넘버인 ‘사랑의 기원(The Origin of Love)’는 플라톤의 ‘향연’에 나온 이야기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남성은 태양에서, 여성은 대지에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은 달에서 기원해 두 개의 몸과 하나의 머리를 가졌던 인간을 두려워한 신이 인간을 반으로 쪼개버렸다는 얘기다. 헤드윅은 어머니에게 어렸을 적 들은 이 얘기를 잊지 못하고 ‘잃어버린 반쪽'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아간다.

헤드윅은 공연 속에서 한때 자신의 반쪽으로 생각했던 토미의 노래를 들으며 자신과 화해한다. 진정한 반쪽은 바로 자기 자신 안에 있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헤드윅이 남성으로서의 자기를 받아들이며, 자신 안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뮤지컬은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헤드윅과 그를 돕는 ‘이츠학’, 앵그리밴드가 꾸미는 20분간의 커튼콜 공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며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배우들과 밴드, 관객들이 어우러져 뛰며 즐기는 시간은 이 공연의 백미다.

[사진=오디컴퍼니]
[사진=오디컴퍼니]

■비주얼·노래 ‘합격’, 음향 ‘불합격’

뛰어난 외모와 노래실력으로 뮤지컬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전동석은 이번 시즌에서 찬란한 기럭지의 헤드윅으로 변신했다. 빛나는 금발 가발에 짧은 금빛 원피스를 입고 나타나는 동드윅은 그야말로 ‘아름답다’.

그러나 여러 풍파 속에 괴팍하고 예민해진 불쌍한 여장 남자 헤드윅으로서의 전동석은 어딘지 어색해보였다. 매력적인 남성으로서의 자신을 벗어나기 어려운 탓일까. 여성을 흉내내는 남성 이상도 이하도 아닌 연기를 보여준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노래 실력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티 없이 청량하게, 그러면서도 강하게 뻗어나가는 그의 목소리는 그 자체가 설득력이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츠학 역을 맡은 제이민은 SM 가수답게 예쁘면서도 뛰어난 음색을 자랑했다.

공연장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은 음악이 커지면 잡음으로 인해 소리가 뭉개져 가사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배우들의 열연과 열창이 민망해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 공연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것은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와 함께 콘서트의 에너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안의 ‘베를린 장벽’을 부수고 싶다면 지금 바로 예매하자. 공연은 11월 3일까지 계속된다.

[사진=오디컴퍼니]
[사진=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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