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방부장관에 재발방지 주의
잘못된 입찰 행정으로 인해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국군지휘통신사령부는 지난 2016년 1월 국군재정관리단을 통해 민간업체로부터 통신회선과 네트워크 장비를 임차해 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을 입찰공고 했다.
이후 A·B사 2곳을 대상으로 제안서 기술평가 및 가격평가를 거쳐 같은 해 3월 A사와 약 533억원 규모의 사업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감사원이 이 사업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사업 담당자들이 제안서 평가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당 사업 담당자 C씨는 사업 제안서 평가표 중 '장비설치 투입인원 기술능력' 평가기준을 정하면서 국방부의 개정된 적격심사훈령을 따르지 않았다.
개정 적격심사훈령에서 '소요인원수'는 '발주기관에서 입찰공고 시 요구한 해당 기능분야에 필요한 인원수'를 의미하며, 업체가 제시한 인력이 소요인원수보다 많을 때는 높은 등급 순으로 소요인원수까지만 평가하도록 돼 있다.
이는 경력등급이 1등급에 해당하는 인원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업체가 1등급 외의 인원을 함께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낮은 점수를 받는 따위의 불합리한 결과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C씨는 개정 적격심사훈령을 적용하지 않고 '업체 보유인원을 기준으로 기술능력을 평가'하는 내용의 이전 훈령을 근거로 평가기준을 세웠다.
또한 C씨는 적격심사훈령이 개정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제안서 평가표에 '장비설치 투입인원 기술능력' 항목의 관련근거를 수정했으면서도, 제안서 평가표의 '업체 보유 기술자 인원수(투입인력)' 항목은 수정하지 않고 내버려 둬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했다.
이 밖에도 C씨의 업무를 관리·감독하는 D씨는 제안서 평가표를 최종 확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같은 기준 산정 탓에 '발주자가 산정한 최소 소요인력'이 아니라 '업체가 제시한 인력'을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지게 돼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 입찰 과정에서 A사는 특급인원 227명을 제안하고 B사는 특급인원 115명, 고급인원 191명, 중급인원 30명, 초급인원 145명 등 총 481명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두 회사 모두 장비설치 투입인원 기술능력 평가에서 동일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C·D씨의 잘못된 업무 처리로 B사가 A사보다 낮은 점수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정 적격심사훈령에 따라 평가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B사의 평가 점수 총합이 A사보다 높아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부당하게 고배를 마신 B사 입장에서는 수백억원대의 사업을 날리게 돼 그야말로 피눈물을 흘릴 법한 일이었다.
여기에 더해 잘못된 평가 기준 탓에 투찰금액이 높은 A사와 계약 체결이 이뤄져 77억원의 예산이 더 지출된 사실도 감사 보고서에 담겼다.
감사원은 C·D씨의 비위 행위는 징계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하면서도, 국군지휘통신사령관에게 담당자들의 비위 내용을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국방부장관에게 제안요청서 검토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주의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