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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좀비기업’ 다시보기
[창가에서] ‘좀비기업’ 다시보기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9.10.16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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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60세 정년이 법제화 됐다. 종전보다 법적 정년은 늘어났지만 중장년층의 고용안정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다수의 기업에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의 방법으로 고임금의 장기근속자를 덜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년연장의 역설이다.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떠난 직장인들은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고, 기회는 그렇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섣불리 사업을 시작했다가는 쓰라린 실패를 경험할 확률이 매우 높다.

중소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생계형 자영업자의 1년 생존율은 83.8%이다. 3년이 지나면 살아남는 비율이 40.5%로 뚝 떨어진다. 5년 생존율은 불과 29.6%다. 새로 생긴 가게 10곳 중 7곳 이상이 5년 이내에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먹고 살기가 힘든 건 건설업종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외부감사대상 건설업체 1833개사를 분석한 결과, 514곳(28%)은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상환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율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으로 ‘1’ 미만이면 한계기업이 된다.

쉽게 풀어보자면 3년 동안 돈을 벌어도 이자를 갚기 어려운 회사인데, 흔히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좀비기업은 관련업종의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경제전반의 기초체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건설업 및 전문 시공분야의 경우 좀비기업은 부실업체, 혹은 페이퍼컴퍼니와 궤를 함께 한다. 이들 회사는 형식상 자본금이나 기술능력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시공능력은 갖추지 않은 곳이다.

페이퍼컴퍼니는 턱없이 낮는 가격으로 공사를 수주한 후 일괄하도급 등을 통해 차익만 얻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페이퍼컴퍼니가 따낸 공사는 불법 저가하도급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부실시공과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을 부르는 단초로 작용한다.

이런 폐해에도 불구하고 페이퍼컴퍼니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건설업체 중 입찰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의 비율은 15% 내외로 추산된다.

건설업 및 전문 시공업계 일각에서는 신생업체의 시장진입 문턱이 지나치게 낮아진 것을 페이퍼컴퍼니 증가의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정보통신공사업의 경우에도 2015년 12월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업 등록이 한결 쉬워졌다. 개인과 법인을 막론하고 자본금은 1억5000만원만 있으면 된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이 보장되는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신생기업의 출현을 인위적으로 차단하기는 힘들다. ‘규제완화’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들며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는 ‘좀비기업’이 건실한 업체보다 더 쉽게, 더 많은 돈을 버는 불합리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상식과 공정의 DNA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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