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의 진화가 눈부시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3G에서 5G에 이르는 이동통신의 진화가 우리네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와이파이 역시 그 중요한 한 축이었음을 간과할 순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동통신 요금은 옛날에도 비쌌다. 물론 싼 요금제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쌀 뿐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칫, 요금 무서워서 데이터를 쓰지 않는 세상이 될 뻔한 것을 ‘무료’라는 훌륭한 이점을 발휘하며 모바일 인터넷의 참 묘미를 알게 해준 것이 와이파이다.
묘하게도 국내에 커피숍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사람들이 커피맛을 알기 시작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가 커피숍이었기 때문이다. 확신하건대, 커피 한잔 시켜놓고 하루종일 인터넷을 써도 누가 뭐라하지 않는 커피숍 문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정보통신 인프라도 몇 년은 더 걸리지 않았을까 싶다.
커피숍을 필두로 이제 사람이 모이는 곳에 와이파이는 당연한 것이 됐다. 지하철, 공원, 도서관, 터미널 등등 맘만 먹으면 와이파이에 접속해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여러 공공기관, 지자체들이 이에 동참했다. 정보화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공공 와이파이 인프라 구축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구축한 공공 와이파이는 얼마나 잘 사용되고 있을까. 접속을 시도해본 적이 한번이라도 있는 사람은 가장 중요한 것이 ‘인내심’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접속 자체가 시원찮을뿐 아니라 접속했더라도 느리다. 그마저 끊기기 일쑤다.
지난해, 차세대 와이파이인 ‘와이파이6’가 공개됐다. 기존 모바일 환경에서 발견된 와이파이의 약점을 대폭 개선했다고 한다. 끊기지 않고 연결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바꿔 말하면, 그간 와이파이는 애초에 기술적으로 잘 안되는 것이 당연했단 얘기다. 개인이 집에서 사용하는 와이파이야 별 문제가 없지만 공공장소에서 많은 사람이 드나들며 접속하는 환경을 구버전 와이파이가 감당하기란 버거운 것이었음이 확실해졌다.
그렇다면 그간 묻지마식 공공 와이파이 구축에 들어간 비용은 무엇이란 말인가. 애초에 안 되는 걸 설치해 놓고 성공적인 정보화 사업임을 자축한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자연스레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는 버스 와이파이 및 공공 와이파이 확충 계획에 눈길이 간다. 와이파이6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공표하긴 했지만 기존 ‘놀고 있는’ 와이파이의 활용도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구축이 끝이 아니라, 만족할 만한 통신품질이 유지되고 있는지 지속적인 검증과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