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한인 정신적 지주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쿠바 혁명 주역이었던 한인 헤로니모 임(Geronimo Im 임은조)의 발자취가 재조명 받고 있다.
임은조는 아바나 대학에서 피델 카스트로와 운명적인 만남 후 쿠바 혁명에 동참해 혁명 정부 수립에 일조하고 이후 쿠바 한인들의 정체성 확립과 한인 사회 재건을 위해 힘을 쏟았다.
■이주동포의 힘겨운 삶
1900년대 초 멕시코와 국경도 없던 시절, 신문광고에 속은 1033명의 한인들은 부푼 꿈을 앉고 멕시코행 배에 오른다. 이중에 만 2세의 나이로 어머니의 품에 안겨 조국을 떠난 임은조의 아버지 임천택이 있었다.
멕시코의 선인장 농장에서 노예와도 같은 생활을 했던 그들은 4년의 계약기간이 끝난 후 고국을 기다렸지만 한일합병으로 돌아갈 곳을 잃었다.
임천택 씨를 포함한 수백 명의 한인들은 배를 타고 미국 식민지였던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향했다.
임은조는 쿠바로 제 이주해 힘겨운 삶을 살아가면서도 다른 이민자들과 힘을 모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보낸 임천택의 아들이다.
■한인 정체성 확립
임은조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쿠바혁명 및 쿠바 한인들의 정체성을 이어가기 위해 평생 노력했다.
쿠바에서 첫 한인 대학생이 됐고 수해 때 부패한 관리들이 구호품을 훔치는 걸 보고 동료 학생들을 규합해 항의 집회를 열었다가 구속됐다. 출감 후 아바나대 법학과로 옮겼고 여기서 피델 카스트로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성사된다.
임은조는 쿠바혁명에 참여한 주역으로 혁명정부 경찰청에서 인사·법무담당관을 지내다가 산업부로 옮겨 체 게바라 산업부장관 함께 쿠바정부에서 일한 쿠바정부 관료다.
쿠바 정부에서 산업부 차관을 역임하며 9개의 훈장을 수여하는 등 쿠바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큐 헤로니모
임은조와 꼬레아노의 꿈을 담은 다큐멘터리 '헤로니모'가 스크린 통해 상영된다.
만주 이주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1945년 해방 이전까지 조국을 떠나 살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코리안 디아스포라(Diaspora)'
다큐 헤로니모는 전 세계 800만 디아스포라의 마음을 대변하는 재외동포들의 삶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다.
헤로니모를 연출한 전후석 감독은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당시 우연히 떠난 쿠바 여행에서 임은조의 후손을 만나게 된 후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변호사직을 내려놓고 다큐멘터리에 매진했다.
법륜스님, 박찬호, 이소은 등 많은 이들의 후원으로 작품을 완성시켰다.
토론토 아시안 영화제, 뉴옥 아시안 영화제, 샌디에고 아시안 영화제,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재 등 전 세계 9개 영화제 공식 초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