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판’깔아주는 선진국과 대조
자율주행∙플라잉카 글로벌 각축
한국은 규제 일색...후발주자 전락 우려
자율주행을 필두로 한 교통수단의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제도의 뒷받침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미래 자동차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하며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 느껴지는 온도차는 크다. 현재 민간 차원에서 추진 중인 각종 미래차 기술이 법∙제도의 미비와 관련 규제에 가로막혀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는 장밋빛 청사진만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미래차 관련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보이는 가장 큰 차이는 정책이 먼저 판을 깔아준다는 점이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 KPMG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자율주행차 도입 준비가 잘 된 국가는 네덜란드로 평가된다. 뒤를 싱가포르, 노르웨이, 미국, 스웨덴, 핀란드가 잇고 있다. 한국은 13위에 그쳤다.
선진국 현황을 살펴보면,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3월 자율주행차 소유주를 위한 운전면허 발급 방침을 발표하는 등 위험요소와 법적 논란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새로운 자율주행자동차법을 마련했다. 노르웨이도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자율주행 미니버스의 공공 도로 운행 시범서비스를 위한 법제화를 마쳤다.
미국 교통부(DOT)와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이미 2016년 자율주행차에 대한 안전지침을 발표했고, 독일도 이듬해 자율주행차에 대한 윤리규정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초 자율주행자동차법 및 통합교통체계법이 제정된 정도다. 이마저 자율주행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내용이 아닌 중장기계획, 위원회 구성 등에 관한 내용에 국한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보다 속도감 있게 전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기술발전에 따라 제도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결국 기술이 개발될 당시에는 법∙제도가 규제로 작용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예고하고 있는 제도를 예로 들면, 자율주행에 대한 △운전자 준수 규정 △운전면서 체계 개선안 △데이터 보안 기준 등은 2022년은 돼야 마련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운전자 의무 정의(영상 시청 허용 등) △레벨4 성능검증 체계 △운전자∙제조사 사고책임 규정 △운전금지 특례 △위치정보 수집 허용 등은 2024년 제정이 예고돼 있다.
세계 각국이 자율주행에 대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제도의 뒷받침이 너무 늦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은 자율주행을 넘어 비행 운송수단인 ‘플라잉카(PAV: Personal Air Vehicle)’를 향하고 있다.
플라잉카는 자율주행과 같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이동시간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현재의 기술로도 얼마든지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정부의 ‘미래 자동차 산업 발전 전략’에도 플라잉카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플라잉카는 기술적 모체가 드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 드론 관련 제도가 규제 일색인 것을 감안하면 사람이 타고 다닐 만한 수준의 제도적 뒷받침은 10년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기술기준 제정, 전용도로 확보 등 플라잉카를 위한 교통체계 정비를 2025년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글로벌 모빌리티 전문기업 우버(Uber)는 플라잉카 관제시스템을 마련해 내년 말이면 플라잉카의 상용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