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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심사지침...불확실성만 늘릴 우려
일감몰아주기 심사지침...불확실성만 늘릴 우려
  • 김연균 기자
  • 승인 2019.12.03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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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경총 의견서 제출
자의적인 제재 적용 가능
위임 넘어 규제 더 강화

■경제단체 ‘일감몰아주기 심사지침’ 개정의견 보니

최근 입법예고 의견제출 기간이 마감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 심사지침’ 즉, 일감몰아주기 심사지침 제정안의 내용이 불명확하고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는 의견이 제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견대로라면 자칫 합법과 불법의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을 운영해야하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뿐만 아니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일감몰아주기 심사지침의 일부를 수정·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달 13일부터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 제정안’을 2주간 행정예고했다. 해당 지침은 2016년 12월 제정된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 가이드라인’을 대체하는 것으로 명확한 법 위반 판단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지속됨에 따라 예규 형태의 심사지침을 제정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해관계자 및 관계 부처 의견 검토 후 이달 중으로 공포할 예정이다.

기업들 혼란 초래

경제단체들이 건의서에서 밝힌 심사지침 제정안의 첫 번째 문제는 불명확한 기준이 많아 기업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로 들면 일감몰아주기 요건 심사 시 이익제공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검토한다. 이 때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데 심사지침 제정안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사회통념’, ‘일반적인 인식의 범위’ 등 불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사업기회의 제공’을 판단함에 있어 시간적 기준도 불명확해 자의적인 제재 적용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심사기준에 계량적·구체적인 고려 방법이 없을 경우 사실상 공무원에게 판단을 위임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그런데 일감몰아주기 규제 위반 시 기업에 형벌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재량에 맡기기보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따라 그 기준이 명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상위법령 보다 규제 강화

심사지침이 상위법령인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보다 더 강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이 규제대상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하위법령인 지침에서 위임없이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는 이익의 제공주체와 제공객체로 각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와 ‘특수관계인’,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 비율 보유한 계열회사’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3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하위 법령인 심사지침 제정안은 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내용인 ‘제3자를 매개로 한 간접거래’도 포함하고 있어 법 보다 더 강화된 규제를 가하고 있다.

한편 시행령 별표 1의3은 ‘그 밖의 회사가 합리적인 사유로 사업기회를 거부한 경우’ 등은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다른 기업들이 합리적인 이유로 사업기회를 거부하는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회사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해도 된다는 의견이다.

반면 심사지침 제정안은 경제성, 전문성 등에 대한 고려를 전혀하지 않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회사를 기준으로만 ‘사업기회 제공’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어 상위법령의 내용에 없는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허용된 것을 더 축소

상위법령을 사실상 축소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사지침 제정안에서는 부당한 이익제공 등에 대한 예외기준으로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시행령 별표에서 관련 예외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심사지침 제정안은 예외규정을 축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행령에서는 유용한 기술 또는 정보 유출에 따라 경제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초래되는 경우 보안성을 인정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반면 심사지침 제정안에서는 보안장치를 사전에 마련한 유용한 기술 또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보안 유지 가능성, 시장에서 독립된 외부업체와 거래 사례가 있는지 등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상위법에서는 보안유지나 외부업체와 거래사례 등과 관련한 적용 제외 규정이 없음에도 심사지침에서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위반 시 형벌을 부과할 수 있어 그 심사기준이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시행 전 일감몰아주기 심사지침 제정안에 대한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도 “행정적인 심사지침으로 법적 수준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계열사간 전반적인 거래비용을 대폭 높이고, 필요한 거래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이는 우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계열사간 분업에 따른 기업 분화와 전문화를 가로막아 새로운 투자·고용기회도 줄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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