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VE 중심 국내 영향 불가피
대기업 의한 시장재편 우려도
“안전 위한 두 기술 연계 필수”
WAVE와 C-V2X 간 자율주행 국가표준 채택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제표준은 C-V2X에 무게중심이 실리면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WAVE 용도로 쓰고 있던 5.9㎓ 대역 75㎒ 폭의 용도를 와이파이 등 비면허대역 서비스 용도로 대폭 변경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일부 대역은 C-V2X에 분배하면서 사실상 WAVE의 힘이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사정이 같다고 볼 순 없지만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인 우리나라가 주요 수출대상국으로 삼고 있는 미국의 결정을 간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국내 자율주행 통신표준을 결정하기 위한 범부처 연구반을 지난 10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윤곽은 내년 초쯤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WAVE는 기존 교통시스템 표준으로 자리잡은 차량용 근거리통신(DSRC)이 진화한 기술로 현재 대부분의 ITS 시스템이 WAVE의 영역에 존재한다. 국내 하이패스, 버스정보시스템, 주차관제시스템 등이 모두 이를 사용한다.
하지만 C-V2X는 태생이 이동통신기술이다. 상용화된 5G를 토대로 5G-V2X로의 진화를 앞두고 있는데,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최소 지연시간은 현재 5G-V2X를 통해서만 구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WAVE와 C-V2X의 결정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국내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시장의 산업구조가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ITS 자체가 기존 교통시스템의 효율화를 목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사업규모가 크지 않고, 지점별 최적화가 관건이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수행하기 더 적합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자율주행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점별 관제가 아닌 주행 전구간의 통신이 중요해져 이동통신의 도입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형 통신사 입장에선 새로운 먹거리 사업이 생긴 셈이다.
결국 C-V2X가 채택될 경우, 그간 ITS 사업에 주력했던 다수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현재로선 두 기술 모두를 개발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그럴 만한 여력을 가진 업체는 많지 않다. 게다가 C-V2X 전용 단말을 생산하는 업체도 극소수라 이를 이용해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기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WAVE가 채택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자율주행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 아닌 만큼, 기술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숙제로 남게 된다.
미국이 C-V2X로 사실상 방향을 잡은 이상, WAVE를 고수했다간 글로벌 시장의 ‘갈라파고스’로 남을 공산도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5G의 이점이 워낙 탁월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이 C-V2X로 가는 걸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자율주행은 여전히 불완전한 기술이기 때문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WAVE와의 연계 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