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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정보통신공사처럼…” 소방공사도 분리발주 제도화 모색
[이슈] “정보통신공사처럼…” 소방공사도 분리발주 제도화 모색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0.01.21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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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업종 의무화 규정 주목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 추진

불시단속 등 행정력 강화
부실시공·불법하도급 차단
소방청이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 제도화를 통해 시공품질 제고를 모색한다.
소방청이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 제도화를 통해 시공품질 제고를 모색한다.

건축주 A씨는 새 건물을 지으면서 B건설사를 소방시설공사업체로 선정했다.

B사는 소방시설업 등록업체로서, 시공에 문제가 없었지만 소방시설공사 면허가 없는 C사에 공사를 맡겼다. 저가 하도급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러나 소방시설공사업법에 따르면, 원도급자는 소방시설업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와 소방시설공사에 대한 하도급 계약을 맺을 수 없다.

불법하도급 적발 사례

소방시설업은 소방시설설계업과 소방시설공사업, 소방공사감리업, 방염처리업으로 구성된다.

소방청은 지난해 소방시설업체 8982개사에 대한 점검을 통해 불법행위를 한 184개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하도급계약과 도급계약을 위반한 6건에 대해서는 대표자를 입건 조치했다.

소방청이 적발한 B사의 경우 소방서에 착공신고를 하면서 건축주 A씨와 체결한 소방시설공사 도급계약서를 제출했다.

그렇지만 실제 공사는 원도급자인 B사가 아닌 소방시설업에 등록하지 않은 C사가 했다. 엄연한 불법행위다.

소방청이 적발한 또 다른 불법행위도 이목을 끈다.

건축주 D씨는 새 건물을 지으면서 E 건설사와 소방시설공사를 포함해 전체 공사에 대한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소방시설업과 전기·정보통신공사업 면허를 모두 보유한 E사는 도급받은 소방시설공사 중 소방용수설비에 대한 시공을 하기로 했다. 스프링클러설비, 무선통신보조설비 등 나머지 소방시설공사는 또 다른 소방시설업체인 F사에 맡기기로 했다.

E사와 F사는 이에 대한 계약을 맺었으며, 소방시설공사 전에 소방관서에 각각 착공신고를 했다.

그런데 원도급자인 B사는 당초 계약내용대로 소방용수설비를 직접 시공하지 않았다. 소방용수설비에 대한 시공을 포함해 모든 소방시설공사는 하도급자인 F사가 맡았다. 당초의 계약에서 벗어나 불법하도급이 이뤄진 것이었다.

17개 시·도 분리발주 조례 제정

소방청은 소방시설공사에 대한 불법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해 행정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대다수 소방시설공사업체가 대형 건설업체에 갑을관계로 종속된 상태여서 이중(이면)계약 등 불법·불공정 거래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건설사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한 전문 소방시설공사업체로서는 공사 수주를 위해 불평등 불공정한 거래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소방청은 불법 하도급이 부실시공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낮은 가격에 어렵게 일감을 따낸 하도급업체가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저가 소방용품을 써서 시공하다 보면 시공품질의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소방청은 소방시설공사의 시공품질을 높이기 위해 분리발주 체계를 정립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공사 및 전기공사의 분리발주가 관계법령에 따라 의무화 돼 있는 것과는 달리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는 강행규정이 아니다.

정보통신공사의 경우 대통령령에서 정한 예외규정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건설공사 등 다른 종류의 공사와 분리해 도급해야 한다.

이와 관련, 소방청은 시·도 조례를 제정해 공공부문 소방시설공사에 대한 분리발주를 시행하고 있다. 2011년 전라남도를 시작으로 17개 시·도에서 관련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7월 조례가 마련됐다.

그 결과, 공공부문 소방시설공사의 부실시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설치된 소방시설에 대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 소방시설의 불량률은 23%, 민간부문 소방시설의 불량률은 40%로 조사됐다.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가 이뤄지지 않은 민간부문 소방시설의 불량률이 2배 가량 높게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소방청은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를 제도화하기 위해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정보통신공사업, 전기공사업 등 유관업종에서는 시공의 안전성 확보와 전문업종 보호를 위해 분리발주를 의무화했다”며 “이를 감안해 소방시설공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소방시설공사의 고질적 불법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해 불시단속을 포함한 특별점검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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