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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접근 차단이 능사 아냐
인터넷 접근 차단이 능사 아냐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0.01.2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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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6년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인터넷 불법 웹사이트 차단을 실시한 이래, 정부가 시민들의 인터넷 이용을 제한해 온 역사는 제법 길다.

정부가 차단 조치를 시행하면 시민들은 우회방식이란 대응책을 사용하면서 장군 멍군을 거듭했다.

결국, 정부가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 차단 방식을 도입해 보안접속(HTTPS) 인터넷 웹사이트에 대한 필터링 조치에 나선 게 지난해 2월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사업자에게 SNI 차단방식을 이용해 불법 웹사이트 접근 제한 조치를 하라고 시정 요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시행 만 1년을 앞두고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무력화할 새로운 기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ESNI와 DoH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신기술의 등장에 따라 인터넷망사업자들이 도입한 고가의 차단시스템도 함께 무용지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차단 조치를 위한 명분은 정의로웠다. 성범죄, 불법저작물, 마약, 사설도박 취급 웹사이트 등의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시민들이 불법 정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HTTPS 우회에 대처하고 있지 않다며 질타하는 국회의원들의 큰 목소리도 정부로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정부의 성급한 정책 시행은 잘못이다. 기술적 적절성을 검토하고 민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민주적인 절차를 준수했어야 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SNI 차단방식 도입을 위한 근거나 절차 등을 마련하지 않은 채 시행을 밀어붙였다고 감사원은 지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개인이나 가정, 학교, 회사 등 민간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정책 철학의 실종이 뼈아프다.

영국의 정보통신 보안 기업인 컴패리테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인터넷 검열 강도가 세계 37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도, 필리핀, 가봉보다도 검열 강도가 높은 것이다.

한편, 헌법재판소에는 정부의 차단 조치에 대한 위헌성을 확인하려는 헌법소원이 여러 건 청구된 것으로 확인됐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시민들은 정부가 영장도 없이 인터넷 이용자들의 통신 내용을 감청해 헌법상 권리인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모든 논란은 정부가 인터넷을 엿보고 통제하겠다는 방침이 낳은 결과다.

이제라도 인터넷 접근에 대한 과도한 검열을 지양하고 민간에, 시장에 책임과 권한을 돌려주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로 출발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시민의식 또한 성숙해져 왔다.

정부가 시민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자율적 통제를 할 수 있는 권리 주체로 존중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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