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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익는 8K 시장…또 따로 노는 가전·방송·장비
무르익는 8K 시장…또 따로 노는 가전·방송·장비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0.02.11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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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8K 방송 송출 예정
삼성∙LG, 세계 TV시장 선도 불구
생태계 조성 못하고 비방전만

수익 악화에 투자 없는 방송사
8K 콘텐츠∙국산 장비 ‘오리무중’
부랴부랴 협의체 구성…기대치↓

초고선명(UHD) 방송 시장이 8K급으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8K는 7680Ⅹ4320 해상도로 정의된다. 일반화된 UHD 해상도인 4K 보다 4배 더 선명한 화면을 구현한다.

오는 7월 있을 도쿄올림픽이 8K 방송으로 생중계될 예정에 있어 세계적으로 8K TV의 확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을 상용화하고도 이렇다할 산업 육성을 이뤄내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핵심 주체로 꼽히는 가전사, 방송사, 장비사가 서로 엇박자를 내는 동안 글로벌 8K 시장에서의 후발주자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TV 양대산맥…의미없는 소모전만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ICT전시회 ‘CES 2020’는 TV 시장이 8K로 접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지금껏 그래왔듯, 8K 제품을 선도하는 업체도 단연 삼성전자와 LG전자다. 삼성은 QLED, LG는 OLED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가장 뛰어난 제품임을 자랑하고 있다.

문제는 자사 제품에 대한 홍보가 서로에 대한 비방전으로 치달으면서 소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LG전자가 삼성전자의 QLED 8K TV를 공개 비판하며 불을 지폈다.

QLED TV는 ‘화질선명도’가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가 정한 기준치(50% 이상)보다 현저히 낮은 12%에 그쳐 화질이 뭉개지고 선명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이에 더해 QLED 자체가 기존 LCD TV에 퀀텀닷 필름만 붙인 ‘가짜 8K’라는 지적이다.

이에 반격에 나선 삼성전자는 OLED 패널 자체의 약점인 ‘번인(Burn-in)’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번인 현상은 오랜 시간 같은 화면을 표출했을 때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서도 이전 화면의 잔상이 남아있는 현상이다. OLED TV는 이 현상을 아직 해결하지 못 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8K급에선 QLED의 동영상 재생력이 더 뛰어나다는 주장이다. 8K 화질은 화질선명도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밝기와 컬러 등 여러 광학적 요소, 화질 처리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은 두 기업의 비방전이 그리 새로울 것 없는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TV는 물론 각종 가전제품에 차세대 물결이 일 때마다 양 사는 상대 제품의 흠집내기에 열을 올려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것이 제품을 전혀 몰랐던 소비자까지 관심을 끄는 데는 효과적으로 작용했고 결과적으로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됐다.

TV 시장을 양분하는 기업이 모두 한국 기업이라 언뜻 우리나라가 8K 시장도 선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제아무리 8K TV가 잘 팔린다 해도 현재 이를 즐길 8K급 콘텐츠는 거의 없다. 8K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장비로 눈을 돌리면 국내 기업이 전무하다.

8K와 관련한 여러 산업 표준들도 제대로 정해진 것이 없다. 이는 지상파 8K 방송을 앞둔 일본이 주도하는 흐름이다.

삼성, LG 두 기업이 의미 없는 소모전을 그만두고 TV 시장에서의 매출을 UHD 산업 전반의 토대를 더욱 단단히 하기 위한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삼성과 LG는 8K 생태계 조성을 뒤로 한 채 의미 없는 비방전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LG전자]

 

□주파수 배정받고도 손가락만 빠는 방송사

국내 UHD 산업이 답보 상태에 빠진 것은 UHD 개점휴업 상태인 방송사의 상황과 맥을 같이 한다.

정부는 지난 2015년 황금주파수인 700㎒를 지상파UHD 방송용으로 30㎒ 대역폭만큼 할당했다. UHD 방송 편성 비율을 의무적으로 충족시킨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UHD 허가조건으로 부여한 UHD 의무편성 비율은 2017년 5%, 2018년 10%, 2019년 15% 이상이다. 하지만 2019년 6월 기준 지상파 3사의 UHD 편성 비율은 KBS1 13.7%, KBS2 11.4%, MBC 10.5%, SBS 12.7%로 기준을 충족시키는 방송사가 없다.

업계에 따르면, 방송사는 사실상 UHD 투자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개인 미디어와의 경쟁에 갈수록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종합편성채널 및 케이블 채널과 비교해 콘텐츠 경쟁력도 크게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OTT(Over-the-top) 서비스는 시청자들의 시청 행태까지 바꿔 놓으며 지상파 방송사들의 가장 큰 수익원인 광고 수익을 곤두박질 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파수를 할당 받을 때 내세웠던 국민 보편적 서비스의 실현이라는 명분도 거의 사라졌다. 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2018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지상파TV 직접수신 가구는 4.2%에 불과하다. 이들 중 UHDTV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지상파UHD를 직접수신 하는 가구로 한정하면 그 수는 더욱 줄어든다. 방송사에게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지상파UHD 방송이 활성화되려면 시설투자에만 약 1조원, 콘텐츠 투자까지 포함하면 총 7조원의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마저도 4K급 UHD 얘기다. 8K UHD는 4K 투자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방송사가 투자에 나설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결국 지상파UHD 방송을 먼저 시작했음에도 8K 방송을 시작하는 일본의 뒤를 쫓아가야 하는 것이 기정사실이 된 모습이다.

지상파UHD 방송이 시작된 이래 UHD 의무편성 비율을 충족시킨 방송사는 없다. [사진=MBC]

 

□국산 8K장비 전무…또 생태계 조성 실패

방송 시장의 또 하나의 축인 방송장비 업계에 8K는 먼 나라 얘기다. 현재 국산 8K 장비는 전무한 실정이다. 연구 개발 중인 업체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상파UHD 상용화 당시 소수 국산 4K 장비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방송사의 지속적인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장비업계가 버텨낼 재간이 없다. 국내 최초 60fps급 UHD 인코더를 개발한 한 업체는 폐업하기까지 했다.

업계는 8K 시장에서도 주요 주체들의 생태계 조성이 실패했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사, TV제조사, 장비사가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일본과 대비되는 점이다.

일본은 공영방송사인 NHK가 8K 방송 시행을 앞두고 파나소닉, 소니 등과 연합을 형성해 관련 기술개발과 장비 제조를 함께 추진했다. 투자와 생산, 소비가 톱니바퀴처럼 물려가는 선순환 구조다.

국내에서도 지상파UHD 추진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지만 생태계 조성은 커녕 엇박자만 내기 일쑤였다. 방송사가 TV에 UHD 안테나를 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제조사가 이를 거부한 것이 단적인 예다.

뒤늦게 정부가 나선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는 지상파 UHD 방송 활성화를 위해 방송사, 가전사,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새로운 ‘지상파 UHD 방송 정책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정책방안 수립 전까지 임시적으로 적용될 기준을 마련했다. 우선 방송사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20년 의무편성비율(25%) 허가조건을 1단계 수도권 사업자에게 부가된 의무편성비율과 동일(20%)하게 변경했다. 아울러 2020∼2021년으로 계획했던 시·군 지역 지상파 UHD 방송 도입 일정을 새로운 방송 정책방안의 일정에 따라 변경키로 했다.

새 정책방안은 올 상반기 내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지 업계엔 회의적인 시각이 만연하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8K 방송으로 송출할 예정이다. [사진=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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