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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다 계획이 있었구나
[창가에서] 다 계획이 있었구나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0.02.18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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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패러사이트(parasite)’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이야기다.

지구촌 곳곳에서 수많은 영화 애호가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시청하며 ‘패러사이트’를 연호했다.

‘패러사이트’는 탄탄하게 짜인 영화다. 잔혹하고 기괴하며 통렬한 풍자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블랙코미디 형식에 드라마와 스릴러의 요소가 더해졌다.

재미있는데 결코 가볍지 않다. 처음엔 우스꽝스럽다가 말미엔 적잖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계급사회와 양극화 구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상하 수직의 미장센(mise en scene)을 통해 계층 간 불평등에서 촉발된 갈등구조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상층은 하층을 볼 수 없고, 보려하지도 않는다. 하층은 상층으로 오를 수 있는 사다리를 찾으려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봉준호 감독은 세상의 선과 악을 두부 자르듯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고, 공생과 기생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에 관한 복잡다단한 메시지를 시나리오에 녹여냈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소감에서 “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외롭고 고독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수많은 계획을 세웠을 터.

봉 감독은 영화를 찍기 전 배우들의 동선과 카메라 위치까지 미리 정해놓고 실제 촬영장에서 그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게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처럼 치밀한 제작 스타일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패러사이트’에서 배우 송강호는 다소 역설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하면서도 “결코 실패하지 않는 계획은 무계획”이라고 말한다.

송강호의 ‘무계획론’을 경영현장에 대입해 볼까. 그의 말처럼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고 회사를 운영하면 모든 일이 더 쉽게 풀릴까.

회사 여건이나 사업추진 방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무계획’은 기업경영에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철저한 계획과 분석을 토대로 사업제안서를 작성하고 입찰에 참가하는 게 경영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 특화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기 위해 빈틈없는 계획을 세우고 고된 땀방울을 흘리는 기업이 더 많은 일감을 따내는 게 마땅하다.

최근 주요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공사발주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신규사업 추진과 공사 수주에 대한 관련업계의 기대도 사뭇 크다.

일선 기업 입장에서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어떤 사업이 발주되는지 예의주시하면서 과업내용과 기술구성 요소 등을 상세히 살펴야 한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입찰공고 후 투찰가격을 얼마나 산정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봉준호 감독은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견디며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그의 디테일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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