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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블랙 스완’에 맞서는 법
[창가에서] ‘블랙 스완’에 맞서는 법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0.03.02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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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검은 그림자가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소비위축, 내수부진에 더해 제조와 유통, 무역, 관광 등 산업전반에 강한 충격파가 감지된다.

특히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의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코로나19’의 충격파는 2003년 사스나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능가할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중론이다.

실제로 중국에 거래선을 두고 있는 제조업체의 경우 상당수가 원활한 자재수급과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정보통신공사업 등 전문 시공분야나 건설업계 역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작업일정이나 공기를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인력수급에도 큰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당초 예정됐던 공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것이다. 다수의 중소 시공업체가 사업물량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발주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긴다면 일감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공사업계의 실적 하락과 성장 지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여러 국제신용평가회사와 금융기관도 ‘코로나19’가 한국경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디스와 S&P는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9%, 1.6%로 낮춰 잡았다. 이에 더해 모건스탠리와 노무라증권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이 발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이 같은 충격파를 예상이나 했을까.

이런 맥락에서 ‘코로나19’는 일종의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 할 수 있다. 블랙 스완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이르는 말이다.

유럽인들은 17세기 호주 대륙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기 전까지 모든 백조가 흰색이라고 믿었다. 이후 블랙 스완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이 실제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레바논계 미국 투자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2008년 출간한 저서 ‘블랙 스완’에서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한 판단이 행동의 준거가 돼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나아가 그는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극단적인 것, 미지의 것, 개연성이 극히 희박한 것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이를 생각과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탈레브의 말처럼 ‘코로나19’라는 블랙 스완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그 검은 그림자의 등장을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냉정함을 잃지 않고 시시각각 최선의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뿐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블랙 스완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쉽게 예측하려 애쓰지 말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라”는 탈레브의 경고가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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