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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광장] 시장질서 파괴하는 대기업 입찰횡포 두고만 볼 것인가
[ICT광장] 시장질서 파괴하는 대기업 입찰횡포 두고만 볼 것인가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0.03.09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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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록 한국정보통신 품셈 심의위원, ㈜우호텔레콤 대표이사

2020년 1월 17일자 녹색경제신문 단독보도에 의하면 보안 및 건물관리서비스 전문기업인 에스원이 전국 병원 및 대학, 민간빌딩 등에서 발주한 정보통신공사를 턱없이 낮은 가격에 독점적으로 수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초대형 기업인 삼성그룹의 계열사로 연간 매출액이 2조원 대에 달한다. 에스원은 민간발주처가 집행하는 공사에서 당초 예정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가 투찰로 관련사업을 ‘싹쓸이 수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녹색경제신문 보도에 의하면 에스원은 58억원 규모의 구로병원 배관·배선 구내통신공사를 예정가격의 약 48%에 불과한 28억원에 수주했다.

또한 삼일빌딩현장의 공사를 11억원에 낙찰 받았으며 영남이공대학교의 배관·배선 구내통신공사를 13억8000만원에, 오토닉스현장공사는 8억8000만원에 수주했다고 보도했다.

구로병원 구내통신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공사의 경우 발주처에서 예정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처럼 에스원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소규모 정보통신공사를 수주함에 따라 중소규모 정보통신공사업체는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입찰시장 질서를 크게 어지럽힘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에스원은 증권가 추정치로 지난해 2조1371억원의 매출과 206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거대기업이 주력사업에서 벗어나 그간 다수의 중소업체가 주로 담당했던 구내 통신공사영역에 진출해 어처구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싹쓸이 수주’를 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상식이하의 처사라고 생각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로병원에서 발주한 예정가격 58억원 규모의 배관·배선공사의 경우, 수주경쟁을 펼쳤던 낙찰순위 2위인 다른 중소 시공업체의 투찰가가 36억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원이 기업규모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헐값을 써내 해당공사를 수주한 것이다.

영남이공대학 배관·배선공사의 경우에도 낙찰 2순위 업체와 투찰가격이 4억원 가량 차이가 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삼일빌딩 입찰은 2순위 낙찰자와 1억3000만원의 차이가 났고, 오토닉스공사는 2순위 업체와 약 2억원의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에스원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최저가 투찰로 중소규모의 공사를 수주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저가수주 횡포는 최근 1~2개월 사이 전국적으로 잇달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한 최저가 수주는 관련업계에 여러 가지 부정적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에스원의 저가수주가 협력사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는 해당공사를 에스원이 직접 시공하지 않고 협력사에 하도급을 주는 다단계 도급구조에 기인한다.

해당 협력사는 에스원과의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적자가 불 보듯 한 공사를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해당 협력사에게 돌아온다.

협력사 입장에서는 적자공사에 따른 손해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낮은 임금의 비숙련 기술자를 투입하고 저가 자재를 사용해 공사를 하게 된다.

이는 부실공사의 단초가 될 뿐만 아니라, 중소 시공업체의 경영악화를 초래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에스원은 최저가로 수주한 공사를 발주처와의 후속 공사 입찰에서 우위를 점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함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즉, 저가공사 하도급을 매개로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빌딩보안관리 및 CCTV 등 보안시스템 구축 관련 계약에서 발주처에 대해 유리한 조건을 취할 수 있는 관계를 확보 하기위함이다.

물론 기업의 전략대로 투찰가격을 제시할 수 있고,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는 것이 시장의 기본원리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원리를 감안하더라도 기본적인 상식과 도덕을 벗어난 상거래는 시장질서를 파괴하고 중소기업을 말살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대기업이 사회에 기여 하는 길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질서를 조성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공정한 입찰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에게 상생의 길을 열어 줘야하는 것이다.

요즘 대다수 중소기업은 장기화된 경제 불황과 싸워야 하고 근로자에 대한 고임금을 견뎌내야 한다.

이처럼 많은 중소기업이 안팎의 어려움에 지쳐있는 상황에서 적정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민간 발주처의 공사를 수주하더라고 건실한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적자시공이 누적될 경우 경영이 악화 되고 기업의 도산을 초래할 뿐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일정한 수준의 연간매출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연초에 수주한 사업물량이 없더라도 직원에게 정해진 급여를 지급해야 하고 일정한 운영경비도 지출해야만 한다. 이에 따른 재정적 부담은 전적으로 중소기업이 감당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 어느 정도 적정한 이윤이 보장돼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거대 자금력과 조직력을 가진 대기업의 무분별한 최저가 낙찰은 시장질서를 교란 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나아가, 적정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적자시공은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안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되면 정보통신공사업계는 고객이 요구하는 고품질 정보통신설비 구축과 정보통신인프라 고도화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개개인 중소 기업이 대응하기 힘든 역할을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가 해당 대기업을 방문해 최저가 낙찰에 따른 부작용을 명확하게 알리고, 추후 재발방지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대기업의 저가수주 행위가 계속된다면 정보통신공사업계도 일치단결 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협회와 회원들이 힘을 합쳐 해당 대기업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등 대기업의 횡포와 부도덕성을 사회에 고발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비록 민간기업에서 발주한 공사라 할지라도 공공부문 입찰처럼 예정가격 대비 낙찰 하한율을 적용해 입찰을 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고품질 시공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충족시키고 건전한 입찰문화를 조성하며, 중소기업의 건실한 육성·발전을 도모하는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소규모 공사의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의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의 조속한 입법을 통해 중소기업이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데도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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