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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일상생활의 실험실 ‘리빙랩’ 도시를 그리다
[기획]일상생활의 실험실 ‘리빙랩’ 도시를 그리다
  • 김연균 기자
  • 승인 2020.03.25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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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 IoT 사업
시민 참여 성공사례 꼽혀

스마트시티 등 영역 확대
유형별 프로그램 설계 필요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이 스마트시티 및 도시재생 구축과 관련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다.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이 스마트시티 및 도시재생 구축과 관련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핵심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들이 제각각 운영되지 않고 전체 공간좌표를 기준정보로 통합돼 실생활의 경험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스마트시티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선결조건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일상생활에서의 실험실, 리빙랩(LivingLab)’이라고 답하는 의견이 다수일 것이다.

 

■유럽, 네트워크로 정착

리빙랩의 역사는 스마트시티와 함께 시작한다. 2000년대 들어 스마트시티 붐이 불었고 당시 선보인 기술들은 화려하기만 할 뿐 시민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기술들도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점차 시민들에게 필요한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미국이나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점차 도시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시 관련 기술을 개발할 때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스마트시티 관련 학계에 따르면 리빙랩은 2004년 윌리엄스 미첼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의 연구를 계기로 세상에 나왔다. 당시 그는 ‘스마트 홈’ 관련 기술을 갖춘 미래의 집을 만들기 위해 한 아파트를 개조하면서 ‘플레이스랩(PlaceLab)’이라고 이름 지었다. 거기에서 직접 생활하며 여러 기술들을 직접 테스트한 것이다.

이런 연구 도중 미첼 교수는 유럽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인 ‘인텔리전트 시티즈(intelligent cities)’에 자문 역할로 참여하게 됐는데 거기에서 자신의 플레이스랩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서 미첼 교수가 건넨 플레이스랩의 개념을 확대 발전시켜 리빙랩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2006년 유럽리빙랩네트워크(ENoLL) 출범 이후 스마트시티, 에너지, 교통, 헬스케어 등 다양한 주제로 운영되고 있다. 유럽 27개국에서 운영 중인 리빙랩의 연구 분야는 스마트학습, 관광, 문화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 지식서비스가 43.8%로 가장 많고 헬스케어와 생활지원, 웰빙, 스포츠 분야가 32.3%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단절은 최소, 연결은 극대화

스마트시티는 도시 계획단계부터 지능형센서, IoT 데이터 수집계획 등을 반영하고, 각종 상황에 대한 실시간 감지·분석·대응 등 지능형 도시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분야별로 단절돼 있는 도시 데이터를 상호연계해 빅데이터로 통합·관리해야 한다. 통합 관리되는 도시데이터를 기업, 시민 등이 쉽게 활용되도록 개방형 운영체계가 구축됐을 때 비로소 실생활 경험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에 속한 도시민과 경제주체들이 데이터를 생성하고 소비하는 거래구조를 이루고, 건전한 선순환 피드백을 통해 어떻게 도시가 성장해 갈 것인지에 대한 프로세스 반영이 필요하다.

특히 플랫폼으로서의 스마트시티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프레임워크 내에서의 계층간의 간섭이나 단절은 최소화하고 연결은 극대화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u-시티나 초기 스마트시티가 지속적이지 못한 것은 바로 프레임워크의 이해 부족 및 상하 계층간의 연결고리가 약한 이유도 있었다.

 

■시민 요구+기술 접목

이런 의미에서 최근 스마트시티 도입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손님이 ‘리빙랩’이다.

리빙랩은 사용자의 수요와 참여를 기반으로 혁신활동이 이뤄지는 사용자 중심의 혁신 플랫폼이다. 리빙랩은 스마트시티 건설 뿐만 아니라 도시 재생을 위한 의견 수렴 과정에도 도입되고 있다.

리빙랩은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실험하고 검증해 도시에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리빙랩은 시민들이 직접 기술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 기업 주도의 스마트시티는 옛말이다. 해당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도시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로부터 각종 애로 사항을 청취·수집하고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전문가들이 함께 기술 개발의 방향이나 계획 등을 수립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는 사용자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용자 참여형 혁신’을 말한다. 대부분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수용자 요구보다는 기술발전 속도를 예측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공급자 중심이 대부분이다. 그 결과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도시에 접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도시의 실 사용자인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쓸모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리빙랩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술’을 다시 강조한다. 시민의 요구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등을 생활 영역에 접목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획이다. 사용자들에게 직접 의견을 수집하기 때문에, 리빙랩 개발 과정마다 사용자 반응을 즉시 수집해 문제 해결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시재생에도 활발

국내의 대표 리빙랩 사례로 서울 동작구의 성대골 에너지 전환과 종로구 북촌 IoT 사업이 거론된다.

성대골 곳곳에는 크고 작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충격을 받은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에너지 전환 사업이 시작됐다.

단순히 많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민과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설치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과 패널의 철거까지도 폭넓게 고민한다. 지역 금융과 연계해 태양광 설치를 위한 금융 상품도 개발했다. 은행은 설치비용을 대출하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주민은 매달 아껴지는 전기요금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상품이다.

한옥이 밀집돼 해마다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북촌 한옥마을에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리빙랩이 뜨고 있다. IoT 기술을 활용해 관광객들에게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북촌에 거주하는 주민의 안전과 편의까지 확보해나가고 있다. 쏟아지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았던 주민과 더 가까이 북촌을 느끼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이 공존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발굴되고 있다.

스마트시티 구축에도 리빙랩을 통한 시민참여가 활발하다.

LH는 동탄2신도시 1단계 준공구간을 대상으로 해당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도시문제 발굴 및 해결방안 도입·검증 등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한다. 각 주체들의 협업을 통해 도시문제 선정과 해결방안이 도출된 이후에는 우수 스마트기술을 보유한 민간기업을 선정, 실증사업을 통해 도시문제에 대한 스마트솔루션을 제공하는 ‘시민참여형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리빙랩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공익성을 지닌 똑똑한 최종 사용자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이다.

조직화된 사용자 그룹이 참여해야 연구자·기업들과 지속적인 상호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원해결이 아니라 공공적 관점에서 기술개발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용자, 과학기술 관련 이슈를 이해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용자들의 조직화가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또한 다양한 리빙랩 실험과 함께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 메커니즘 구축이 중요한 과제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경험과 학습으로 축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사업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분석·정리해서 지속적으로 학습시켜 나가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우선 각 사업에서 진행되는 구체적인 리빙랩 활동과 성과는 무엇이고, 향후 개선되거나 보완되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점검이 필요하다.

현재 리빙랩은 기술 시험·실증 및 사업화에서부터 사회혁신 및 공공 서비스 고도화, 지역사회 문제해결, 지속가능한 사회·기술시스템으로의 전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돌봄·의료·에너지·교통·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정책·사업 기획, 추진, 평가 및 모니터링 단계별로 리빙랩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리빙랩 과제를 도출하고 리빙랩의 유형과 구체적인 적용 범위·위치에 따른 세부 방법론 및 운영 프로그램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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