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 기술로 한 장치에서
비행제어∙AI 임무 동시수행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 드론에 적용 가능한 운영체제(OS)의 핵심 기반 소프트웨어(SW)를 개발,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 평가를 받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 2월, 하나의 장치에서 여러 OS가 동시에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가상화 기술인 ‘어스(EARTH)’를 개발, AI드론에 적용해 성공적인 비행시험을 마쳤다고 밝혔다.
‘어스’는 미국 연방 항공청(FAA) 심사관으로부터 안전성 시험 과정을 거쳐, 국내 기관 중 최초로‘DO-178C Level-A’를 인증받는 데 성공했다.
드론에는 크게 2가지 필수 SW가 있다. 하나는 비행을 제어하는 SW이며 또 하나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SW다. 비행제어 SW는 실시간으로 즉각 반응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임무수행 SW는 AI 미션과 같은 고성능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비행제어 SW와 임무제어 SW가 서로 다른 하드웨어(HW)에 탑재됐다. 만일, 같은 HW에서 각 기능이 동시에 작동할 경우,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기능에도 문제가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상처리장치가 고장나면 비행 담당 기능도 정상적인 작동을 못하고 드론이 추락해버리는 식이다.
하지만 HW를 별도로 두게 되면 기체가 무거워지고 전력소모도 많아지는 단점이 있다. 실시간 비행 제어와 빠른 계산 능력 등 고성능과 안전 모두를 확보해야 하는 AI 드론이나 탑승형 드론의 경우, 그 한계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ETRI 연구진은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이를 극복했다.
가상화 기술은 하나의 컴퓨터에 윈도와 리눅스처럼 서로 다른 OS가 동시에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덕분에 장비 2개를 별도로 둘 필요없이 한 장치에서 2가지 기능이 통합돼 안정적으로 구동되도록 만들 수 있고 하나의 보드에 탑재가 가능해 장비 경량화도 이뤘다.
‘어스’는 64비트 멀티코어를 지원한다. 또한, 별도 HW에서 구동 시 임무 SW에서 비행제어 SW로 명령을 전달하는 지연시간이 1밀리초(ms)인데 반해 ‘어스’는 33.8마이크로초(㎲)다.
AI와 같은 고성능 응용 구동의 경우에도 가상화로 인한 오버헤드(Overhead)가 3% 미만으로 우수하다.
아울러, 연구진의 기술이 획득한 등급은 세계 최고 수준의 비행 SW 안전성 기준을 충족한다.
레벨A 수준의 등급은 유인 항공기를 비행하거나 엔진을 제어하는 것처럼 작은 오류라도 발생하면 자칫 재난 수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로 받아야 하는 인증이다. 유인기 적용 대상 중 최상위 단계다.
본 기술은 AI 드론 뿐만 아니라 AI 기술을 적용한 유인 탑승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지능형 로봇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보잉, 에어버스와 같은 상용 여객기에 적용되는 최상위 수준의 인증을 받은 이유도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것을 염두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임채덕 박사는 “어스는 최종적으로 시공간 분할(TSP) 커널 기반의 SW 이중화는 물론, 하드웨어 플랫폼 다중화를 통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더욱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비행 백업 제어 기능을 하는 경량 HW를 드론에 탑재해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차세대 드론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면서 기술 이전 및 상용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