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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인 듯 아닌 듯…게이미피케이션이 뜬다
놀이인 듯 아닌 듯…게이미피케이션이 뜬다
  • 최아름 기자
  • 승인 2020.04.14 0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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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게임 분야 도입…참여 유발
도시문제 해결 대안으로 주목

ADHD·약물중독 치료에 ‘효과’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
시뮬레이션으로 군 가상훈련도

‘게임’ 패러다임 갇혀 발전 한계
게임법 규제 대상서 분리 시급

재미없는 활동을 게임으로 만들어 재미와 참여를 유도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이 다양한 산업분야에 도입돼 성과를 내고 있다. 교육·경영·마케팅·피트니스 등 분야는 물론. 스마트시티, 군사훈련, 의료 분야에까지 게이미피케이션은 이미 깊숙이 자리잡았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위험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과 해결과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게임화해 작업 재밌게

게이미피케이션은 우리말로는 게임화(化)로 바꿀 수 있으며, 게임 사고와 게임 매커니즘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를 참여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쉽게 말해,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방법을 도입해서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드는 작업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의 공통 요소로는 △게임적 사고 △게임 디자인 요소 △게임 역학(포인트, 레벨, 뱃지, 순위표, 도전과 탐색, 사회적 요소) △재미와 참여 동기 유발 등이 있다.

스마트도시 설계·운영에 활용

최근 게이미피케이션을 사회 문제 해결 및 스마트시티에 적용하기 위한 논의가 뜨겁다. 시민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플랫폼을 제공, 공공서비스, 즐거운 경험과 상호작용을 통해 참여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를 지속적으로 운영코자 하는 것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는 자전거 공유 시스템의 보행자 인식 및 잠금 장치에 게임을 도입했다. 안전 규칙을 따르는 라이더에게 무료 이용 등 보상을 제공하고 주차 불량 라이더들이 좋은 습관을 갖도록 격려한다.

스마트시티 설계에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도입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가상 도시 설계를 ‘심시티’라는 게임으로 진행할 만큼 이미 보편화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종 스마트시티 설계에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인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이용한 구상안 공모전을 개최해 이를 적용하기도 했다.

국내 벤처기업 에이티지랩이 개발한 ‘모두의 이웃’은 게임을 통해 실제 이웃과 상호작용하고 친목을 도모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앱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 사용자가 무작위로 정해진 이웃집들로 구성된 6×6 빙고판을 풀어나가며 포인트를 모으고, 이벤트 종료 시점에는 랭킹에 따라 오프라인으로 보상을 지급한다. 빙고판 내 잠겨 있는 이웃집을 열기 위해서는 실제로 이웃 주민을 직접 만나서 이웃 주민의 정보를 수집하고, 내 앱에서 이웃집의 정보를 정답으로 입력해야 한다.

게임으로 질병 치료

단순히 건강을 관리하는 개념이 아닌, 게임 참여로 질병을 치료하는 게임 치료제도 나왔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약’을 의미하는 디지털 치료제(DTx)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고도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을 통해 게임에 참여함으로써 환자를 치료한다.

이러한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은 게임이 두뇌에 끼치는 이로운 영향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면서부터다. 2013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연구자들은 비디오게임을 통해 60세 이상 노인들의 주의력 등 인지 능력을 청년 이상 수준으로 크게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해냈다.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 대비 놀라운 장점들이 있다. 일단 체내에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 가능성이 낮다. 앱 등을 통해 편리하게 경구용 약보다 대다수의 환자들에게 동시 배포가 가능하다.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개발 및 생산비용도 일반약에 비해 적게 들 수 있다.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는 미국의 페어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리셋’이라는 스마트폰용 앱이다. 리셋은 알콜, 코카인 등에 대한 중독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환자는 리셋을 통해 자신이 약물을 오용하게 되는 상황과 주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처법이나 사고의 변화를 유도하는 훈련을 진행한다.

페어 테라퓨틱스가 FDA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99명의 환자를 기존 치료 환자군과 리셋 병행 사용 환자군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 리셋 병행 사용 환자군에서 금욕을 유지한 비율이 40.3%로, 기존 환자군(17.6%)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아킬리 인터랙티브의 ‘이보’는 태블릿PC 게임으로, 아동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로 개발됐다. 이보는 외계인 캐릭터를 조종하는 동시에 다른 대상을 인식해야 하는 다중 작업을 유도해 환자들의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ADHD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미국 아킬리 인터랙티브의 '이보'
ADHD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미국 아킬리 인터랙티브의 '이보'

이보의 효과 역시 놀라웠다. ADHD 아동 20명에게 4주 동안 하루 25분씩 게임을 하게 한 결과, 주의력 향상 효과가 나타났으며, 이 중 7명은 ADHD 범주에 들지 않았고, 이 효과가 9개월간 유지됐다고 한다.

치료제 개발에 게임이 활용되는 사례도 있다. 미국의 폴드잇은 에이즈 치료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단백질 구조를 게이머들의 게임에 의해 확보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항바이러스 단백질 구조를 조합해 만드는 게임을 출시했다.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는 서울아산병원 강동화 교수가 창업한 뉴냅스가 개발한 '뉴냅 비전'이다. 뇌 손상으로 인한 시야 장애를 VR기기를 통해 반복적 시각 훈련을 통해 시각 경로의 뇌 연결성을 변화시키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기업 웰트는 노년층의 근감소증을 치료하는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아직 역사가 짧고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이니만큼,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 소장은 "사람의 건강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충분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며, 장기적인 관심을 통해 의학적, 산업적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군사훈련도 게임으로

군사훈련에 가상시뮬레이션 게임을 도입하는 사례도 전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가상훈련 산업은 실제 훈련을 보완하는 새로운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기상 변화와 관계없이 안전하고 반복적인 훈련을 할 수 있고, 훈련 공간이 부족한 도심 등의 공간적 제약도 극복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저비용이다. 비행기나 탱크를 실제로 동원할 때보다 10분의 1 정도 비용으로 훈련을 할 수 있다.

미국의 시뮬레이션 훈련 솔루션 개발 업체 보헤미아 인터랙티브 시뮬레이션(BISim)사는 항공기 원격조종 및 공중전력 작전 훈련을 전술전기절차(TPP)에 기반해 시행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제품을 공군사관학교에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네비웍스는 군사 전술 훈련 플랫폼(RTTP) 및 아시아 최초의 가상 전술 훈련 플랫폼인 리얼BX을 개발·출시했다.

RTTP는 다양한 항공기 및 탱크를 시뮬레이션해 비행 훈련 및 전술 훈련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조종석 모듈과 계기판을 디지털화해 기종 변화에 따라 모듈과 계기판이 변경되기 때문에, 한 대의 시뮬레이터로 여러 기종의 시뮬레이션 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RTTP만의 큰 장점이다. 6대까지 상호 연동이 가능해 부대 지휘 및 팀 단위 전술 훈련을 시행할 수 있으며, 보병, 기갑, 항공의 연합 전술훈련도 가능하다.

또한 리얼BX는 최대 300명이 동시에 팀 전술훈련을 할 수 있는 가상 군사훈련 플랫폼이다. 시간 및 날씨, 지형 편집 등을 통해 다양한 훈련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모의총기, 센서, HMD 등을 연동해 사격 훈련 등도 가능하다.

규제 대상 게임에서 제외돼야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는 기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장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개념이지만, 국내 활성화를 위해서는 ‘게임’이라는 닫힌 테두리를 둘러싼 과도한 규제를 먼저 탈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열린 ‘게이미피케이션 정책 토론회’에서 구태언 린테크앤로 변호사는 “구시대적인 패러다임에 사로잡힌 게임산업진흥법이 게이미피케이션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며 “게임에 연결되기만 하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배제돼, 비중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게이미피케이션 등 게임 융합 콘텐츠를 사행성 게임 규제를 위해 마련한 게임산업진흥법 규제 대상에서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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