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교문을 굳게 걸어 잠갔던 각급 학교에서 조심스럽게 학생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을 통해서다.
지난 9일 전국의 중·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했고, 16일엔 중·고등학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 온라인 등교 대열에 합류했다. 20일엔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이 원격수업으로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다.
교육부가 제시한 원격수업의 유형은 크게 3가지다.
먼저 교사와 학생 간 화상연결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는 ‘실시간 쌍방형’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온라인 학습프로그램이나 교사가 미리 준비한 영상강의를 보며 공부하는 ‘콘텐츠 활용형’이다. 이 밖에 교과별 성취기준에 따라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는 ‘과제 수행형’도 있다.
교육부가 고심 끝에 온라인 개학을 강행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원활한 수업을 진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시간 쌍방형 수업의 경우 끊김 없는 화상연결을 전제로 하는 데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춘 학교나 학생은 매우 드물다. 교육부가 화상수업 도구로 권장했던 ‘줌(Zoom)’은 해킹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콘텐츠 활용형 수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EBS가 운영하는 ‘온라인클래스’나 한국교육정보학술원에서 운영하는 ‘e학습터’ 등 학습사이트는 먹통이 되기 일쑤다.
수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접속하다보니 서버와 접속자 분배장치 등이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런 혼란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학교와 학생 모두 천재지변과도 같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말이다.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후의 교육현장이다. 정식등교와 대면수업이 진행되면 온라인 개학을 둘러싼 혼란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안일함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온·오프라인 혼합형 수업은 미래지향적 교육모델이 된지 오래다.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고, 교사가 대면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교육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용량 교육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정보통신설비를 갖추는 것은 온·오프라인 혼합형 수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미래지향적 교육모델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정부는 각급 학교의 ICT인프라 확충에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노후화된 학내망을 전면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인류의 삶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교육현장의 비포와 애프터가 어떻게 달라질지도 매우 궁금해진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원격수업 안착대책을 내놓으며 “교실수업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지금이 새로운 상상력과 용기를 발휘해 학교 교육의 미래를 열어갈 때”라고 말했다. 유 장관의 말이 일선 학교의 ICT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