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의 소속 종업원이 부당노동행위를 한 경우 법인을 함께 처벌하도록 하는 노동조합법 양벌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별도의 면책사유를 정하지 않은 채 무조건 처벌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3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양벌규정 사건(2019헌가25)'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법 제94조 중 법인의 종업원 관련 부분에 대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제청신청인인 A사는 여객자동차 운송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대표이사 겸 관리인과 종업원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범죄사실 등에 따라 양벌규정에 의해 기소돼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사는 재판 중 양벌규정인 노동조합법 제94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게 된 것이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해 범죄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면책사유 없는 양벌규정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처벌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법인을 처벌하기 전에 해당 법인에게 고의나 주의의무 위반 등의 과실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심판대상조항 중 대표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할 경우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인이 대표자를 선임한 이상 대표자의 행위로 인한 법률효과는 법인에게 귀속돼야 한다"고 봤다.
따라서 이 부분은 법인의 직접책임을 근거로 해 법인을 처벌하는 것이므로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지난 2009년 이래로 종업원 등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면책사유를 정하지 않고 법인까지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대해 일관되게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발의되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