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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마일‘이 간과하고 있는 것
‘라스트 마일‘이 간과하고 있는 것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0.05.19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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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마일(Last Mile)’ 서비스가 유행이다.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거리’를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요즘엔 각종 유통, 물류, 운송 서비스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를 일컫는 말로 널리 쓰인다.

우린 이미 택배나 대형마트의 당일배송 서비스 등으로 ‘라스트 마일’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이 ‘라스트 마일’이 교통수단에도 적용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의 대중교통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버스든 지하철이든 하차 후 집까지는 어느 정도 걸어가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라스트 마일’은 이 거리조차 또 다른 교통수단으로 커버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탈 것엔 여러 종류가 있다. 공유 자전거, 전동 킥보드, 세그웨이 등이다. 서울은 이미 공유 자전거를 시행 중인지 오래고 일부 지역엔 전동 킥보드도 다닌다. 약간의 시스템만 손보면 ‘라스트 마일’급으로 보급이 어렵지 않을 듯하다.

서울시는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까지 접목하겠다고 나섰다.

12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로 부르면 오고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언택트(비대면) 공유차량 서비스,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차량 스스로 주차장과 빈 주차면을 찾아 주차걱정을 해결해주는 대리주차가 실현된다.

교통약자 등을 실어 나르는 소형 셔틀버스가 동네를 누빌 예정이며, 차량이 다니지 못하는 지역에서도 원하는 장소로 물류를 운반하는 배달로봇을 볼 수 있을 터다.

생활의 편의가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임에 분명하지만 영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이 ‘라스트 마일’ 교통수단들이 자유롭게 다닐 ‘길’에 대한 논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 탈 것들은 사람이 다니는 보행로를 함께 다닐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 보행로는 사람만 다니기에도 그리 여유 있는 곳이 드물어, 보행자들은 옆으로 불쑥불쑥 지나다니는 전동 킥보드에 마음 졸이며 걸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차량도로로만 다니게 할 수도 없다. 차량만큼의 속도로 달리지도 않아 매우 위험하거니와 집 앞까지 도달하고자 하는 ‘라스트 마일’ 취지에도 어긋난다.

여기에 아직 기술적으로 미완성 단계인 자율주행까지 도입한다? 그나마 판단능력이 있는 사람은 장애물을 피해가기라도 하지만 자율주행 차량은 얼마만큼의 성능을 보일지 미지수다.

그렇다고 ‘라스트 마일’을 무조건 규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여러 나라에선 교통 혁신을 위해 ‘라스트 마일’ 이동수단을 핵심동력으로 삼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편리함도 좋지만,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무언가 오지 않나 좌우를 살펴야 하는 세상이라면 그리 달갑지 않다. ‘라스트 마일’ 산업 육성에 ‘길’을 함께 포함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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