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7:39 (화)
[창가에서] 국가재정 확대에 거는 기대
[창가에서] 국가재정 확대에 거는 기대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0.06.02 0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랜만에 소고기를 배부르게 먹었더니 눈물이 핑 돌던걸요. 고기 맛이 어찌나 달던지….”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P차장. 지난 두 달여 동안 몹시 궁핍했다.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정해진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P차장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은 가뭄에 단비 같았다. 그는 긴급재난지원금 대부분을 식비로 썼다고 했다. 지난 10여 년 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고기를 사먹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가끔씩 상상 속의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게 세상사다.

실물경제가 휘청거리면서 남의 일로만 생각하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매출절벽에 부딪히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요, 구조조정의 폭풍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혹독한 시간의 끝을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다.

정부는 ‘전시(戰時) 재정’을 선언했다. 재정역량을 총 동원해 침체의 늪에 빠진 경기를 되살리겠다는 각오다.

정부는 이미 다섯 차례의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중소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 피해 업종, 기간산업 등에 총 250조 원을 투입하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우리나라 GDP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재정은 국가 정책을 실현하는 직접적인 수단”이라며 “재정이 당면한 경제 위기의 치료제이면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체질과 면역을 강화하는 백신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과감한 재정투입으로 경제심리에 깃든 공포를 지워야 한다는 당위론에 힘이 실린다.

내년 SOC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당위론과 맞물려 있다. 대한건설협회(건협)는 경기침체의 조속한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년 SOC 예산을 30조 이상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협은 이런 주장을 담은 건의문을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보내기도 했다.

건협은 건의문에서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역 균형발전 프로젝트와 생활 SOC 확충, 노후인프라 정비 등 전통적인 SOC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협의 건의문은 일감이 뚝 끊겨 존립의 위기와 마주하고 있는 시공현장의 절박함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큰 폭의 재정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나라의 곳간이 텅 비어 재정이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채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가재정 확대를 경제위기 탈출의 기폭제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 눈길이 간다.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는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세상이 온통 혼돈 속이다. 시계(視界)가 흐릴수록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헤아려, 우선순위가 높은 일에 집중해야 한다.

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의 기도문이 떠오른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것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23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