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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개띠들의 전쟁
[창가에서] 개띠들의 전쟁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0.06.08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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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만6891개.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산정한 우리나라 직업의 개수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 간 5236개의 직업이 새로 생겼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새로운 직업이 출현했다. 특히 경제·사회 전반의 디지털화와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탄생한 미디어콘텐츠창작자와 인공지능엔지니어, 빅데이터전문가, 데이터품질관리자 등이 눈길을 끈다.

미디어콘텐츠창작자는 자신이 제작한 영상 콘텐츠를 광고와 연계된 플랫폼에 올려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직업으로 떠오른 유튜버는 대표적인 미디어콘텐츠창작자다.

이처럼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난 반면, 급속한 기술발전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직업들도 적지 않다.

영화자막 제작원과 필름색보정기사도 그러하다. 3DMAX 등 소프트웨어 활용이 일반화되면서 과거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영화자막 제작과 필름색 보정이 불필요해졌다. 자연스럽게 관련분야 종사자는 자취를 감췄다.

직업의 명멸(明滅)은 고령화 등 인구학적 변화와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이미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 인구분포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우리 삶이 그 안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내다볼 수 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2018년 출간한 저서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에서 ‘개띠들의 전쟁’을 예견했다.

베이비붐 1세대인 1958년 개띠와 베이비붐 2세대인 1970년생, 경력단절여성 ‘김지영’으로 대표되는 1982년생, 사회 초년생이 된 1994년생들이 노동시장에서 극심한 세대 갈등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다.

새로운 일자리가 늘지 않는 한 신규인력이 채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런데 요즘 노동시장엔 짙은 먹구름이 끼어있다. 고용의 문은 꽉 막혀 있는데 은퇴를 앞둔 이들까지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일감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년층과 중년층, 은퇴자의 3자 갈등 구도는 더욱 첨예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갈등구조와 맞물려 정년연장에 대한 정부와 기업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생산가능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정년연장의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정년을 늦춰 고용을 연장하는 일은 단순히 노동력 배분에 관한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물론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등의 체계도 모두 개편해야 하는 복잡다단한 작업이다.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정립하고 체계적인 실행전략을 갖춰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작업이 어렵다고, 세대 간 갈등이 두렵다고 무조건 덮어두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다각적인 논의를 통해 합리적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게 국민과 기업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린다.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불확실성에 휩싸인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자신이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 한결 쉬워지리라 본다. 정년연장에 대해 진지하고도 신중하게 논의해야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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