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위치변화 추적해
특정 각도로 영상 표출
전세계에 코로나 광풍이 불기 이전인 지난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2020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기술이 있었다. 바로 델타항공의 ‘평행현실(Parallel Reality)’ 부스였다.
델타항공이 처음 발표한 ‘평행현실’은 쉽게 말해, 하나의 디스플레이에서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동시에 서로 다른 수백, 수천의 맞춤형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공항 탑승구처럼 꾸며진 부스에서 스캐너에 나의 탑승권을 스캔하고 언어를 선택하면 전면 전광판에 내가 선택한 언어로 내 이름과 행선지에 대한 정보가 뜬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옆에 있는 다른 고객에게는 동시에, 동일한 전광판에서 전혀 다른 언어로 다른 행선지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전광판을 보더라도 서로에게 제공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위치를 바꾸더라도, 나는 전광판에서 내 정보만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광판은 나의 위치 변화를 추적해 위치변화에 따라 각도를 바꿔가며 영상정보를 표출하기 때문이다. 맞춤형 체험을 위해 무거운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도, 글래스도 스마트폰도 필요 없다.
이러한 놀라운 경험을 가능케 하는 평행현실 전광판의 핵심에는 '다중뷰(multi-view) 픽셀' 기술이 있다.
다중뷰 픽셀 기술은 하나의 픽셀이 수백만 개의 방향으로 다른 빛의 광선을 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 디스플레이에서 1개 픽셀은 한 순간에 1개의 색만 표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평행현실의 다중뷰 픽셀은 동시에, 수백만 개 각도로 빛을 쏠 수 있다. 이를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어하면 각각의 각도에서 서로 다른 이미지와 영상을 구현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특정 각도의 영상정보와 그 정보를 필요로 하는 개인을 매칭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평행현실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미서플라이드 사이언스(Misapplied Science)’는 현재 시점에서 이를 '카메라' 추적으로 해결했다.
탑승권을 스캔하면, 카메라는 탑승권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나의 위치를 이동 추적하며, 특정 각도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송출하게 된다.
델타항공은 연내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평행현실 전광판의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남아 있다.
먼저 현재의 다중뷰 픽셀 기술로는 256색까지밖에 구현하지 못해 구현할 수 있는 이미지나 영상의 품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동시 서비스 가능 인원은 현재 1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정확한 객체 인식을 위해서는 적어도 4.5미터 정도의 거리 격차가 필요해 좁은 공간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 이슈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개인정보 습득과 추적카메라를 통한 개인 감시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서플라이드 사이언스는 머지 않아 수천 명에게 동시 서비스가 가능한 기술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변화될 디스플레이 환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