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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인공지능은 마케팅 용어가 아니다
[기자수첩]인공지능은 마케팅 용어가 아니다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0.06.17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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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유행이다.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영화에서 흔히 보았던, 거의 사람이나 진배없는 로봇이 인간 사회에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그런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이는 코 앞에 닥친 일인 듯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인공지능 때문에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둥, 인공지능이 사람을 헤치면 어떻게 되냐는 둥 온갖 말들이 오고 갔다.

그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진 않았지만, 인공지능은 세계 최강 이세돌 9단까지 꺾은 ‘첨단 기술’로서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됐다.

이러한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인공지능을 탑재했다’고 하는 수많은 제품들이 출시됐다. 분명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기술이 아닐텐데 언제 그렇게들 준비를 잘 해왔던 것일까.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지만 인공지능에 실망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뭔가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멍청하다. 분명 더 편리해져야 될 것 같은데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결국, 그 많은 인공지능 제품들은 소비자가 생각한 그 인공지능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자동화’다. 시중에 인공지능을 달고 출시된 제품 중 대다수가 이 자동화의 영역에 머무른다.

스마트홈을 예로, 사람이 집에 들어섰을 때 전등이 켜지고 보일러가 작동하고 공기청정기가 돌아가는 등의 퍼포먼스를 발휘했다고 치자. 만약 이들이 사람이 미리 입력해 놓은 설정값을 기반으로 움직였다면 이는 어디까지나 자동화다.

인공지능이라면 적어도 이러한 설정 없이 사람이 집에 도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움직임들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사람이 집에 도착해서 하는 행위에 대한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집주인을 며칠 지켜봤더니 집에 도착하면 전등을 켜고 보일러를 작동하고 공기청정기를 돌리더라라는 데이터다.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집주인의 수고로움을 대신 처리해줄 때,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으로서 제 기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최소한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분명 자동화 제품인데 인공지능의 탈을 쓰고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는 것들이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직접 사용해보기 전에는 인공지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필자 주변에 그 누구도 인공지능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없고, ‘이 인공지능 괜찮다’라고 소문난 제품도 없는 걸 보면 지금껏 인공지능이란 마케팅 용어에 불과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이는 산업계 전체를 놓고 봤을 때도 결코 달갑지 않은 모양새다.

우리나라의 ‘진짜’ 인공지능 기술은 선진국 대비 수년은 뒤쳐져 있다. 상황이 이러할 진데, ‘무엇이든 다 되는’ 인공지능을 내세우며 투자를 유도하는 사기꾼들이 판을 친다는 후문이다. 어딘가 기시감이 들지 않는가. 암호화폐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가 지금 어떠한 지 보면 답은 나온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마케팅을 위한 용어로 쓰여져선 안 된다. 진짜 인공지능은 데이터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 놓고 논해도 늦지 않다. 아니, 어쩌면 실체가 없는 인공지능에 그나마 윤곽선이라도 그려 줄 수 있는 게 데이터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우린 아직 인공지능의 기초조차 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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