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와 퀄컴의 공통점은? 난해한 질문 같지만 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지닌 거대기업이라는 점이다.
MS는 컴퓨터 운영체제(OS) 분야의 절대강자다. 대다수 PC 사용자가 MS의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통해 컴퓨터를 작동하고 웹 검색을 한다.
퀄컴은 모바일 네트워크 칩 분야에서 부동의 1위 사업자다. 퀄컴은 막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후발사업자에게 횡포를 부리기도 한다. 칩셋 제조·판매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에 대해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이런 횡포 중 하나다.
MS와 퀄컴은 흔히 독점기업으로 분류된다. 독점기업은 다른 경쟁자를 배제하고 생산과 시장을 지배해 이익을 독차지한다.
일반적으로, 독점은 많은 폐해를 낳는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한다는 점이다.
독점기업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소비자는 두 가지 선택과 마주하게 된다. 그 기업의 물건을 사거나 사지 않거나….
독점의 또 다른 폐해는 다양한 경쟁사업자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MS와 퀄컴을 통해 독점의 폐해를 짚어보는 건 합리적인 룰이 지배하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성찰하기 위해서다.
공정한 시장경제시스템을 갖추려면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할 일은 신규사업자와 중소기업도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창의성과 혁신을 자극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더욱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 본다.
최근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독점적 지위를 잃게 된 공인인증서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지난 1999년 전자서명법 제정 이후 공인인증제도가 20년 넘게 유지되면서 우월한 법적효력을 가진 공인인증서가 전자서명시장을 독점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또한 신기술을 지닌 전자서명기업의 시장진입 기회를 차단하고, 액티브엑스 프로그램 설치를 강제해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등 많은 문제들이 생겼다.
이에 정부는 2018년 1월부터 공인인증제도 개선정책을 마련해 관계법령 개정에 힘을 쏟아 왔다.
이제 공인전자서명의 우월한 법적효력이 없어지면서 공인·사설인증서 간 차별이 사라지고 전자서명시장에서 자율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블록체인, 생체인증 등 다양한 신기술을 이용한 전자서명 서비스 개발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참에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에 대한 독점문제도 반드시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행 정보통신공사업법과 건축사법을 적용할 경우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는 건축사만이 수행할 수 있다. ICT전문가인 정보통신기술자를 배제하는 불합리한 법체계가 아직도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독점의 어두운 그림자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물줄기를 가로막고 있다. 첨단기술의 물결이 미래로, 세계로 힘차게 흐를 수 있도록 새로운 물길을 내는 일이 시급하다.